이란, 모즈타바 ‘종교적 신화’ 구축 나서…“순교자 아들” 부각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임유경 기자I 2026.03.10 18:18:58

성직자 지도부, 모즈타바 중심 종교적 결집 시도
부친 죽음 '순교’로 규정…정당한 후계자 서사
약한 종교 권위·세습 논란 속 정통성 강화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란 성직자 지도부가 새 최고지도자로 권력을 승계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종교적 상징성을 강조하며 정권 결속에 나섰다. 이란에서 부친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죽음을 ‘이슬람을 위한 순교’로 규정하고, 모즈타바를 이슬람 공화국의 저항 전통을 잇는 정당한 후계자로 부각하는 서사가 확산하고 있다.

모즈타바 하메네에 이란 3대 최고지도자(사진=AFP)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즈타바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 및 국가 안보 기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종교적 권위는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성직자 지도부가 종교적 결집을 위해 그에 대한 종교적 신화 구축에 팔 걷고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가 원수이자 군 최고통수권자이며, 정치·종교 체계의 최고 권위자다. 모즈타바는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으로, 지난 8일 제3대 지도자로 선출됐다. 하메네이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했다. 공습으로 모즈타바의 어머니와 아내, 아들도 숨졌다.

이란 초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 호메이니는 그의 선출 사실이 공개된 직후 “지하드와 순교의 모범이었던 부친의 순교에 애도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는 정권이 현재 상황을 ‘적들과의 존립을 건 투쟁’으로 규정하는 가운데 종교적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시아파 이슬람의 핵심 개념인 순교와 저항을 강조하며, 모즈타바가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이끌 정당한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란의 고위 성직자들로 구성된 평의회는 “이슬람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모든 순교자의 순수한 피로 맹세를 새롭게 하겠다”며 새 최고지도자에게 복종할 것을 다짐했다. 이란 국영 매체는 9일 전국 각지에서 군중이 새 지도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영상을 방송했다. 북부 도시 잔잔에서는 수천 명의 군중이 하메네이를 기리는 구호에 이어 “우리는 당신의 추종자입니다, 세예드 모즈타바”라고 외쳤다. ‘세예드’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을 뜻하는 존칭이다.

이란 전 부통령 모하마드 모크베르는 새 최고지도자를 “순교한 우리의 지도자 하메네이의 완전한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순교자의 아들이자 남편이라는 영예의 훈장은 그들의 신앙과 희생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순교자의 아들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은 모즈타바의 종교적·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그는 IRGC 및 국가 안보 기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종교 권위자로서는 널리 인정받지 못한 인물로 평가된다. 또한 그의 임명은 이슬람 공화국에서 오랫동안 강조돼 온 세습 통치는 비이슬람적 왕정의 죄악이라는 관념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 이란 전문가인 에스칸다르 사데기 보루제르디는 “부친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살해됐다는 사실이 모즈타바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미 신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즈타바를 “용납할 수 없는 후계자”라고 비판하며 자신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를 자신이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오히려 모즈타바의 정통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 의해 제거될 위험이 있는 가운데 새 지도자에 오르면서 시아파 이슬람의 핵심 개념인 ‘순교자’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이맘 후세인이 권력을 세습한 통치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를 거부하다 7세기 전투에서 살해된 역사적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후세인은 이라크 카르발라 전투에서 가족들과 함께 전사했으며,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 사건은 혁명 투쟁의 상징으로 꾸준히 인용돼 왔다.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학대학원 부교수인 나르게스 바조글리는 “여러 측면에서 모즈타바는 이제 카르발라 서사의 구현체가 됐다”며 “이는 종교적 신앙이 깊지 않은 사람들에게조차 이란 사회에서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