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협상 테이블이 공습으로 대체됐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공격을 감행했다. 동맹 협의도, 유엔(UN) 결의도 없었다. 전후 70여년을 지탱해온 규범 기반의 국제 질서가 이 순간을 기점으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힘의 우위와 선제 타격 논리가 다자 협의와 국제 규범을 밀어낸 시대로의 회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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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석학인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도 “자유 국제 질서는 끝이 났다. 지금은 신냉전이 아니라 193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1930년대는 파시즘과 나치즘이 부상하고 강대국들이 힘의 논리로 국제 질서를 재편하던 시대다. 규범보다 힘이, 협상보다 선제 행동이 앞섰다. 냉전 시기에는 적어도 적과 아군의 구분이 있었고 나름의 질서가 있었다. 이라크전 때는 ‘9·11 테러’라는 명분이 있었고 유엔(UN)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협상 중에 갑자기 감행됐고 동맹 간 협의도 없었다.
규칙 기반의 질서가 흔들리자 각국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란 전쟁 이후 지정학 시나리오 분석에서 “미국의 적대국들이 가장 먼저 흔들려는 것은 동맹의 결속력이다”며 “에너지와 공급망 압박은 이러한 결속력 균열을 가져오기 위한 일차적인 메커니즘이다”고 진단했다. 동맹 내 결속이 흔들리거나 방향이 불분명해질수록 동맹국들이 미국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압박이 커진다는 것이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동맹에 대한 과도한 무시도, 맹신도 문제다”며 “현실적인 동맹 관계에 따라 대한민국 국익 우선의 전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이제 경쟁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도 “혼란스러운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다변화와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