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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끝없는 원전 '공회전'…AI 주도권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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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웅 기자I 2026.10.28 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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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기술 선점했지만 상용화 놓쳐…미·중 앞서나가
AI 등 전력 수요 급증에 원전 중요성 갈수록 커져
소모적 공론화 넘어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해야

고리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데일리 박민웅 기자]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인가를 받았지만, 실제 발전소를 짓지는 못했습니다. 그 사이 미국과 중국 등이 앞서 나갔습니다.”


최근 만난 한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한국 원전 산업의 현실을 설명하며 안타까워했다. 뛰어난 기술력은 갖췄지만,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와 정치 갈등에 가로막혀 상용화로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도 정작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같은 지적은 인공지능(AI) 시대 들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원전이 막대하게 늘어나는 전력량을 해결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야 한다.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AI 국가대항전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이유다.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 확보에 적극 뛰어든 배경이 여기에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은 원전 기업과 손잡고 장기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수출 대부분을 반도체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절박하다. 세계 최고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시급하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제시된 2040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반영하면서 기존 전망보다 약 27기가와트(GW) 늘었다. 이는 대형 원전 19기의 설비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아무리 뛰어난 반도체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전력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대규모 투자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시가 급한 데 다시 공론화부터 하자는 정부 입장은 시간끌기에 불과하다. 정부는 당초 이달까지 12차 전기본 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시민참여단 숙의 등 공론화 과정 3개월을 거쳐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국민 여론은 원전 확대에 상당히 우호적인 상황이다. 지난 8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9%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제12차 전기본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인허가 절차와 송전망 확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원전 기자재 협력업체의 설비투자와 전문인력 양성, 해외 수주를 위한 금융 지원도 뒷받침해야 한다. 원전은 단순한 발전 산업이 아니다. 반도체와 AI를 비롯한 국가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다. 정부가 숙의를 거듭하는 사이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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