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환율을 끌어올렸던 수급과 기대심리 등 단기 요인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경상수지 흑자와 한·미 금리차 축소 등 펀더멘털 요인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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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부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급격하게 내려간 환율에 대해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방향을 말하라면 아래쪽으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전히 수급이나 기대심리 같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요인이 남아있어 환율이 빠른 속도로 내려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변동성은 있겠지만 긴 시계에서 보면 환율은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1500원을 웃돈 환율 급등에는 펀더멘털보다 수급과 기대심리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흑자, 내외금리차, 성장률 같은 펀더멘털보다 일시적인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환율이 많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이런 요인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게 유 부총재의 판단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경상수지·무역수지 흑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내외금리차가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도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부총재는 “보다 펀더멘털하고 중장기적인 요인들이 일시적인 요인보다 더 커지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안정과 증시 변동성 확대가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요인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통화정책은 성장과 물가 경로를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재는 “환율이 조금 내려왔다고 하지만 1400원대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고 물가에도 부담”이라며 “일부 (통화정책에) 여유를 주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여유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제·외환통 유상대 “외환시장 심도 더 키워야”
국제국장과 국제협력국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국제·외환통인 유 부총재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유 부총재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와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면서 자금 유출입이 환율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외환시장의 심도를 높이고,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시간대 제약 없이 원화를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들이 외환시장에 더 많이 참여하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어야 시장의 깊이와 안정성이 커진다”며 “그동안 가장 큰 문제는 해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시장이 열려 있는 시간에 원화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4시간 외환시장 개장과 비거주자의 원화 결제시스템 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원화 차입과 거래 과정에서 불편한 점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액결제선물환 거래(NDF)가 곧바로 현물환 시장으로 이동하기는 어렵지만, 제도 개선이 이어지면 점진적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일 외환당국이 엔화 방어를 위한 공동 개입 과정에서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활용 계획을 밝히면서 한은의 활용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유 부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FIMA 레포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FIMA 레포는 결국 달러를 빌리는 제도”라며 “한은도 필요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도를 열어두고 테스트도 마쳤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외화를 원하는 만큼 빌리지 못하거나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외환시장 개입 재원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다”며 “그래서 지금까지 FIMA를 사용한 적이 없고, 당분간 FIMA를 통해 달러를 빌려 국내 금융기관에 공급하거나 외환시장 개입에 사용할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FIMA 레포 활용을 권장하면서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으로 보유한 미 국채를 처분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유 부총재는 “FIMA가 미 국채를 급하게 싼값에 매각하지 않고도 이를 담보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라며 “미 국채의 외환보유자산으로서 성격이나 운용에 제약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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