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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회계사 선발, 수급 균형 때까지 연간 100~200명 축소 합리적"[만났습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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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석 기자I 2026.09.14 23: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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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회계학회장 김기영 명지대 교수
2~3년 단위 중기 예고제도 병행할 필요
미지정자 배정제, 응급조치로는 의미 있어
회계기본법 제정, AI·디지털 전환 대응도 숙제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누적된 미지정 공인회계사 인원이 해소될 때까지 적정 선발 인원은 연간 1000~1100명대(100~200명 축소)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명지대 교수)은 1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이후에도 수습기관을 찾지 못하는 ‘미지정’ 문제의 대책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회계사이면서 세무사인 김 회장은 국내 회계법인에 근무하며 회계·세무 분야의 실무 경험을 쌓아 학계와 실무를 아우르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이 명지대 서울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김기영 한국회계학회장이 명지대 서울캠퍼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김 회장은 회계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미지정 회계사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계사 합격자는 실무수습기관에서 수습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하면 미지정 회계사로 남는다. 회계업계에 불황이 들이닥친 데 더해, 당국이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그해 10월 기준 수습기관에 등록한 인원은 338명(약 26%)에 불과했고 2024년 합격자 중에서도 200명 이상이 수습처를 구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졌다. 이에 한 해 선발 인원을 1000명 이하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1000명 밑으로 내리는 것에는 신중해야 하며, 수급이 정상화되면 지표에 따라 탄력적으로 복원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한시적 하향이어야 한다”고 했다.

미지정 회계사 문제는 특정 연도의 선발 인원 판단 착오가 아니라, 수요 예측 없이 인원을 결정해 온 거버넌스의 문제이자 자격과 수습이 경직적으로 결합된 제도 설계의 문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누적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의 한시적 인원 조정, 수급 지표에 연동된 투명한 결정 룰과 중기 예고제, 한시적 배정제를 통한 누적 해소, 자격·수습 구조의 중장기 개편이라는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래야 수험생에게는 예측가능성을, 회계법인에는 채용의 자율성을, 자본시장에는 안정적인 회계 전문인력 공급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적정 선발 인원을 1000~1100명으로 삼은 기준은.

△시장 흡수력의 실증치가 이미 존재한다. 1100명 체제였던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미지정 문제가 구조화되지 않았으나 1250명으로 늘린 직후부터 누적이 시작됐다. 또한 증원의 명분이었던 비회계법인 수요는 회계 전문성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이지 1년 이상의 실무수습을 전제로 하는 등록 공인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이 수요를 선발 인원 산정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 2024년 증원의 논리적 결함이었다. 아울러 2024~2025년 합격자 중 소화되지 않은 물량이 남은 만큼, 신규 유입을 시장 흡수력 이하로 유지해야 전체 수급이 정상화된다. 단, 과도한 감축 시그널은 ‘우수 인재의 파이프라인 이탈’이라는 또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언제까지 1000~1100명 수준을 유지해야 할까.

△합격 후 6개월 내 수습등록률 80% 이상, 배정제 신청자 수 유의미한 감소, 수습 종료 후 정규직 전환율 회복 등의 지표가 2년 연속 충족되면 그때가 정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아마 5년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재량적 연례 결정에서 수급연동형 룰로 전환해야 한다. 감사보수 총액 증가율, 등록 회계법인의 채용계획 서베이, 직전 2개년 미지정률 등 관측 가능한 지표에 선발 인원을 연동하는 산식을 시행령 또는 고시 수준에서 명문화하고 2~3년 단위의 중기 예고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격과 수습의 결합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처 확보라는 시장 변수에 따라 자격 취득 여부가 좌우되는 현행 구조는 국가자격시험의 성격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감사업무 수행 자격과 회계전문가 자격을 단계화하거나, 한국공인회계사회 주관의 집합교육과 현장실습을 결합한 혼합형 수습 모델을 정규 트랙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다.

-미지정자 배정제를 골자로 하는 안정화 방안도 나왔는데.

△이번 배정제는 시한을 명확히 한 한시적 브릿지로 운영해야 한다. 응급조치로서는 의미가 있으나 본질적으로 법인에 채용을 강제하는 구조여서 수습의 질 저하와 법인 내 이중 인력구조를 초래할 수 있다. 2~3년의 한시 조치로 시한을 명확히 하고, 그 사이 선발 룰 정상화를 통해 신규 미지정 발생을 차단하는 순서가 바람직하다.

-회계기본법 제정도 숙원 과제 중 하난데.

△현재 회계행정은 금융위원회·재정경제부·행정안전부·교육부 등으로 분산돼 있다. 부처별 칸막이 속에서 회계기준의 제·개정, 감리·감독, 회계인력 양성 정책이 따로따로 추진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회계 개혁 의제는 각 부처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국가 회계정책의 기본방향을 심의·조정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되면 민간·공공·비영리를 아우르는 일관된 정책 추진이 가능해지고, 회계가 금융행정의 부속 영역이 아닌 독자적인 국가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회계기본법이 그 제도적 토대다.

-이외에도 회계업계에 놓인 과제는 무엇인가.

△AI·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응이다. AI가 재무제표 작성과 기초 검증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회계 전문가의 역할은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맞춰 감사 방법론도 표본 중심에서 전수 데이터 분석과 이상징후 탐지 중심으로 혁신해야 하고, 회계교육과 자격제도 역시 재무제표 작성 중심에서 데이터 분석·판단 역량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공시의 확대도 화두다.

△국제적으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정보가 재무정보와 대등한 공시 체계로 편입되고 있다. 재무제표 감사에서 축적된 검증 역량을 비재무정보의 인증으로 확장하는 것은 회계업계의 새로운 기회이지만, 동시에 공시 기준의 국내 도입 일정, 인증 체계의 설계,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과제를 안겨준다. 신뢰성 있는 검증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지 못하면 지속가능성 공시가 또 하나의 형식적 보고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의 회계 신인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요건은 무엇인가.

△냉정하게 보면 우리 회계 신인도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위상, 즉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세계 최상위권의 상장기업 수에 미치지 못한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상당 부분이 회계정보와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에 회계 거버넌스의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현재 우리 회계 규율은 외부감사법, 자본시장법, 공공기관·학교법인·비영리 관련 개별 법령 등에 분산돼 있어 국가 전체의 회계 인프라를 일관된 철학으로 설계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 회계의 기본원칙과 적용 범위, 회계행정의 총괄 체계를 규정하는 회계기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내년 말까지 남은 임기 동안 학회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유관 기관과의 공동연구를 일회적 용역이 아니라 정례적 협업으로 만들겠다. 다음으로 연구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인프라를 정비하겠다. 회계·감사 관련 자료가 기관별로 흩어져 있고 연구 목적의 접근이 제한돼 있어, 정작 필요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연구 성과가 학술지 안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언어로 번역돼 전달되도록 하겠다.

아울러 국제 교류는 남은 임기에 특히 힘을 싣고자 하는 영역이다. 올해 6월 강릉에서 열린 하계국제학술대회에서는 미국회계학회의 학술지인 ‘Journal of Information Systems’(JIS)와 공동으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국제 학술지가 우리 학회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이는 한국 회계학계의 연구 역량과 학술 인프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신호다. 내년에는 이러한 국제 협력을 한층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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