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겠지” 미루다 발견되는 대장암... 정기검진이 가장 확실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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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3.13 20:07:02

강릉아산병원 홍종삼 건강의학센터장 “검진 전,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검진 후 판단이 중요해”

[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특별히 아픈 곳이 없고, 있어도 정보 좀 찾아보니 별일 아닌 것 같더라고요.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요?” 50대 A씨는 대장암 검진을 미루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AI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건강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2026년 주요 트렌드로 꼽히는 ‘건강지능(Health Quotient, HQ)’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이해하고 정보를 검색·해석해 스스로 관리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스마트기기로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증상이 생기면 곧바로 검색해 대응하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예방 실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암검진 수검행태조사’에 따르면 암검진 대상자 중 검진을 받지 않은 이유 1위는 ‘건강하다고 생각해서(43.4%)’였다. 이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7.4%)’, ‘검사 과정이 힘들어서(16.7%)’ 순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판단하는 인식이 가장 큰 검진 회피 요인이 된 것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수검률 연도별 추이’에 따르면 2025년 국가암검진 수검률은 58.3%로 집계됐다.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장암은 발생률이 높은 암임에도 불구하고 수검률은 낮은 편이다. 5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매년 검사를 권고하고 있지만, 수검률은 40%대에 머물러 위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과 함께 시행되는 6대 암 검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릉아산병원 홍종삼 건강의학센터장은 “건강지능이란 스스로 괜찮다고 단정하는 능력이 아닌, 증상이 없을 때도 위험을 예측하고 검진을 실천하는 판단력이다”고 강조했다.

◇ 초기 증상 없는 ‘대장암’… 이런 증상 있다면 검사 받아야

대장암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혈변, 잔변감, 변의 굵기 변화, 검은색 변, 소화장애, 무기력감, 복통 등이 있다.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도 달라질 수 있는데, 오른쪽 대장암은 복통이나 빈혈, 혹이 만져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왼쪽 대장암은 변비나 눈에 보이는 출혈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홍 센터장은 “증상이 나타난 뒤 진단된 대장암은 수술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진행성 대장암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런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 ‘대장내시경’

현재 국가암검진에서는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대변 속에 숨어 있는 혈액을 확인하는 검사로, 양성일 경우에만 국가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을 통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분변잠혈검사는 대장암의 다양한 증상 가운데 혈변 여부만 확인하는 한계가 있어,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해 국가암검진 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2028년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국가 대장암 검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대장내시경이 중요한 이유는 ‘용종’ 때문이다. 대장암의 95% 이상은 ‘선종성 용종’에서 시작된다. 선종의 크기가 1cm 미만이면 암 발생률이 1% 미만이지만, 2cm 이상으로 커질 경우 암 발생률이 40%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센터장은 “선종성 용종이 세포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암으로 변하는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다”며,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통해 용종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을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젊은 층에서도 증가하는 대장암… 안심해선 안돼

대장암은 과거 중·장년층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조사 대상 4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층은 증상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 암이 진행된 뒤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홍 센터장은 “가족력이나 비만, 흡연, 음주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40세부터는 적극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용종 제거와 대장암 치료를 동시에

대장내시경은 단순한 검사에 그치지 않고 대장암 예방과 치료까지 동시에 가능한 검사다.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용종은 내시경 기구를 이용해 즉시 제거할 수 있어 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간단한 내시경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1기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보고될 만큼 예후도 좋은 편이다.

홍 센터장은 “암이 점막에만 국한돼 있거나 침범 깊이가 매우 얕은 경우에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술(ESD)’과 같은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건강지능 시대… ‘괜찮겠지’라는 판단은 경계해야

스스로 정보를 찾아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에는 다양한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자신의 증상을 단편적인 정보에 맞춰 판단하기보다 검진을 통해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종삼 건강의학센터장은 “여러 건강 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검진을 받기 전 스스로 괜찮다고 판단해 검사를 미루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먼저 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그 결과에 맞는 정보를 참고해 관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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