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소리 들리면 천국에서 춤추리…묵직한 울림 남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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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I 2026.03.10 17:51:38

[리뷰]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2015년 초연…창작 11주년 맞아
천상계 무도회 같은 꿈속 장면 ‘백미’
강렬한 색채 대비·영상 활용 인상적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31세의 젊은 나이에 뤼순 감옥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안중근은 고뇌가 서린 몸짓으로 무대를 가로질렀다. 두려움과 그리움을 억누른 그의 뒤로 등장한 조마리아 여사는 모성애를 담은 부드러운 선으로 아들을 감싸 안았다. ‘동양평화론’이 투사된 배경 앞에서 펼쳐진 두 사람의 ‘파드되’(2인무)는 서로의 슬픔을 지탱하는 숭고한 의식과도 같았다.

창작 11주년을 맞은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 무대에 올랐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초연한 이후 꾸준히 관객과 만나왔다. 안중근 의사의 유언을 모티브로 그의 숭고한 삶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발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는 안중근 역에 윤전일·박관우, 김아려 역에 신승원·염다연, 조마리아 역에 김순정이 출연한다. 이토 히로부미 역은 정영재, 이시다 역은 윤별·이은수, 사쿠라 역은 진유정·김민정이 맡는다. 지난 2월 22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한 데 이어 3월 7·8일 서울 예술의전당, 12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총 4차례 공연을 진행한다.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중 5장 ‘안중근의 꿈’의 한 장면(사진=M발레단).
군무로 드러낸 독립의 열망

이날 무대에서는 17세의 나이로 세계적 권위의 ‘로잔 발레 콩쿠르’ 준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발레리나 염다연이 눈길을 끌었다.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로 분한 그는 2장 ‘안중근의 혼례식’에서 안중근과 함께 봄날의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며 행복한 순간을 그려냈다.

분위기는 3장 ‘이토의 통감취임 축하연’에서 급변했다. 일본식 의상을 입은 발레리나들이 화려한 부채를 펼쳐 들고 절도 있는 군무로 무대를 채우자 객석의 시선이 단숨에 집중됐다. 특히 일렬로 늘어선 무용수들이 부채로 만들어낸 역동적인 선이 무대를 압도했다. 일본군 장교 이시다가 선보인 거침없는 연속 회전(turn) 동작에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공연의 백미는 5장 ‘안중근의 꿈’이었다. 이시다 부대의 기습으로 전우들을 잃고 사경을 헤매던 안중근의 죄책감은 역설적으로 무대 위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펼쳐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안중근의 의식 너머로 흰 소매를 늘어뜨린 발레리나들이 안개처럼 무대를 가로지르며 등장했다.

공중으로 흩날리는 천은 무용수들의 팔동작을 따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천상계의 무도회를 떠올리게 했다. 유영하듯 움직이는 발레리나들 사이로 마침내 아내 김아려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을 잡고 뛰어오르는 안중근의 몸짓에서는 현실의 속박을 벗어난 자유가 느껴졌다.

작품은 강렬한 색채 대비와 감각적인 영상 활용으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일본군이 등장하는 순간 무대를 뒤덮은 선혈 같은 붉은 빛은 침략의 잔혹함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스크린에 특급열차가 등장한 뒤 이어지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 장면은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마지막 8장 ‘뤼순 감옥’에서는 죽음을 앞둔 아들에게 비겁한 삶 대신 명예로운 죽음을 당부하는 조마리아 여사의 결연함이 무대를 감싼다. 흐트러짐 없는 몸짓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안중근의 뒷모습 위로 그의 유언이 흐른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허공에 흩어지는 내레이션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모습은, 그가 꿈꿨을 ‘천국의 춤’을 오늘날 독립된 조국에서 지켜보는 관객들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사진=안중근의사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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