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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산업은행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재정과 연계한 저리대출 특별프로그램을 출시했다. 2027년까지 3년간 총 17조원을 투입해 기업들에 시중 최저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연간 한도(4조2500억원)가 조기 소진돼 총 7조6500억원으로 증액한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대대적인 저리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반도체 생산 거점인 평택캠퍼스를 비롯한 국내 거점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청주 M15X팹과 용인 클러스터 등에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마련한 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이 국내 양대 반도체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출을 신청한 총 73개 기업 중 5개 기업에 대해 전체 대출액 중 73.7%인 5조900억원이 승인됐다. 나머지 68개 기업에는 평균적으로 300억원도 돌아가지 않은 셈이다.
보고서는 “사업의 당초 목적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해 폭넓게 투자함으로써 공적자금의 마중물 역할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금융위는 민간 금융기관을 통한 차입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저리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에 95% 이상의 대출을 집중 승인했다”며 취지와 다르게 재원이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금융위와 산은은 향후 해당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재정의 마중물 효과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미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홍보를 강화하고, 집행 방식을 개선하는 등 사업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이 본격화하기 전 안정적인 투자금 조달을 위해 정책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