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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전격적으로 내리자 이를 “정치행위”로 규정하면서 이를 비판했다. 지난 10월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연준에 명령할 권한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금리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낼 권리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연준에 관여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이다. 다만 연방준비법 제10조에 따르면 의장을 포함한 연준 이사는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로만 해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률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심각한 위법 행위나 권력 남용으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 의장을 당장 해임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고문이자 헤지펀드 키스웨어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스콧 베센트는 “트럼프는 방(연준) 안에 있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목소리가 들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곧 장기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트럼프 당선인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력한 재무장관 후보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의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 이사로서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임기도 2026년 1월 종료돼 트럼프 당선인이 재임 기간 임명할 수 있는 연준 이사는 2명이다. 통화정책 결정자가 19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연준 이사 임명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지명한 연준 이사, 의장, 부의장 후보들은 상원의 의준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초기,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준 이사는 임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당장 해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가 중앙은행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센트는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훨씬 전 후임자를 지명해 파월 의장의 남은 임기를 ‘레임덕’으로 만드는 구상을 고려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트럼프 캠프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의장을 맡았던 케빈 해셋이 연준 의장으로 고려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집권 시 국정운영 청사진을 담은 ‘프로젝트 2025’에도 연준의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았었다.
사라 빈더 조지워싱턴 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연준의 구조적 독립성은 확실히 존재한다”면서도 “사람들이 연준이 스스로 말한 것을 이행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 그 어떤 구조적 단절도 이를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의 임기도 2026년 7월 끝난다. 연준 부의장직은 의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미국의 주요 은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강력한 권한이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수석 미국경제학자인 마이클 페롤리에 따르면 지난 2017년과 2021년 정권이 바뀌자 부의장이 임기가 남아 있지만 즉시 사임했다. 페롤리는 “바가 이러한 전례를 따른다면 새 대통령이 통화정책보다는 규제 정책에 더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