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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질책에 "엄단"…심판 독립성 흔드는 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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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10.27 1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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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장 배석 논란, 합의제 위원회로 확대
공정위원장, 담합 심의 전 엄중 처리 방침 보고
종편 재승인 절차 보고에 편파 방송 제재 문답
국정 공개는 성과…개별 사건 판단 독립성 과제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상시 참석을 둘러싼 독립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사와 심의 기능을 함께 가진 위원장들의 국무회의 보고가 개별 사건 판단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앞에서 개별 사건의 처리 방향을 답한 위원장이 이후 제재 여부와 수위를 판단하는 심판석에도 앉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심의에 앞서 내놓은 약속이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무회의 보고가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이데일리가 국무회의 발언과 공식 브리핑을 확인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심의·심사 중이거나 이를 앞둔 개별 사건이 대통령과 위원장 간 문답에서 다뤄지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월3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 사건의 제재 실효성을 문제 삼자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설탕 담합 사건의 심의 일정을 보고하고 엄중하게 경종을 울리겠다는 취지로 답했고 8일 뒤 당시 역대 두 번째로 큰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6월2일에는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이 JTBC·MBN 재승인 절차를 설명한 뒤 이 대통령이 일부 방송의 편파성과 제재 여부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여태까지 그 오랜 시간 동안 제재를 했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고 지적했다. 두 방송사의 재승인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무회의 공개는 대통령의 주문과 기관의 대응을 국민이 직접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성과로 꼽힌다. 비공개로 오가던 지시와 보고를 공개해 국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투명한 공개가 독립적인 심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건을 판단할 위원장에게 대통령이 관련 사안을 묻고 처리 방향을 답하게 한다면, 공개된 문답 자체가 이후 심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 앞에선 보고자, 사건 앞에선 심판..심의전 처리 방향 정해져



대통령에게 엄중한 사건 처리를 약속한 위원장이 이후 심판석에서도 독립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상시 참석을 둘러싼 논란이 조사와 심의 기능을 함께 가진 합의제 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에게 정책을 보고하는 기관장이 개별 사건의 제재 여부와 수위까지 판단하는 구조에서, 공개된 답변이 심의의 방향을 미리 정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최근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 논란에 “구체적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공소 지휘 관련 내용은 일체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선 국무회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앞둔 설탕 담합 사건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절차가 대통령과 위원장 간 다뤄진 전례가 있다. 개별 사건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수사·공소뿐 아니라 위원회의 조사·심의에서도 지킬 수 있도록 경계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월 3일 국무회의는 제도 개선 논의가 개별 사건의 처리 방향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구조와 제재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고발권 확대와 과징금 제도 개편 방안을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법과 제도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관한 문답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설탕 담합 사건이 등장했다. 주 위원장은 같은 달 11일 전원회의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보고하면서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최대한 엄중하게 경종을 울리는 그런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의 일정을 알리는 데서 나아가 어떤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까지 밝힌 것이다. 이에 대통령은 “종을 울려서 놀라야 진짜 경종인데, 놀라지를 않더라”고 언급했다. 심의를 앞둔 사건을 놓고 위원장은 엄중한 결과를 약속하고 대통령은 제재의 실효성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후 심의를 거쳐 같은 달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총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발언이 제재 규모를 결정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제재의 타당성과 별개로 심판을 맡은 위원장이 결론의 방향을 미리 드러낸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로펌 한 변호사는 “최근 위원회에선 어떤 사안이든 엄중 제재한다는 기류가 상당하고, 실제 결과도 그렇다”면서 “공정위원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상황에서 심판 노릇을 하고 있는 아이러니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의는 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가 혐의를 다투고 반대 증거를 제시하면 이를 검토해 충분한 숙의를 거친 뒤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판단해야 한다. 소명을 듣기 전에 대통령에게 엄중한 결과를 약속했다면, 심의 도중 다른 판단을 할 사정이 드러나도 앞선 답변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당사자 역시 자신의 반론이 결론을 바꿀 여지가 있는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건에서 위원장이 제재 강화를 주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전직 공정위 비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건의 경우 심의할 때 위원장이 제재 수위를 올리기 위해 위원들을 수차례 설득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고 귀띔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위원장이 한창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말해버리면 나중에 그 사건을 판단하는 사람으로서 예단을 하는 것”이라며 “사법 절차의 핵심은 예단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일 국무회의에서는 방송사 재승인 보고에 이어 편파 방송 제재 문제가 거론됐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이 JTBC·MBN 재승인 절차를 설명한 뒤 이 대통령은 일부 방송의 편파성과 제재 여부를 물었다. 김 위원장이 방송심의 제재가 누적되면 재허가·재승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어떤 제재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두 방송사를 편파 방송의 당사자로 직접 지목하거나 재승인 여부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 위원장이 특정 사건의 엄정한 처리를 약속한 설탕 담합 사례와도 차이가 있다. 다만 방송사의 사업 지속 여부를 가르는 재승인 절차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제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는 점은 가볍지 않다. 심사기관과 대상 사업자 모두 대통령의 발언을 향후 심사와 연결해 받아들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월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에게 답할 책임, 심판으로서 말을 아낄 책임

공정거래위원장과 방미통위원장,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정책을 보고하는 기관장이면서 개별 사건을 판단하는 위원장이기도 하다. 정책 담당자로서는 추진 상황과 성과를 설명해야 하지만, 심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듣기 전 결론을 열어둬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두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면 보고자로서 내놓은 약속이 심판으로서 내려야 할 판단을 앞설 수 있다.

대통령이 제재가 전반적으로 약한지, 조사 인력이 부족한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지는 국정 차원에서 점검할 수 있다. 반면 특정 기업의 위법성이 인정되는지, 과징금을 얼마나 부과해야 하는지, 방송사를 재승인할 것인지는 정해진 심의·심사 절차에서 판단할 영역이다. 사건의 일정과 절차를 설명하는 답변이 결과를 약속하는 발언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구분해야 한다는 게 그간 불문율로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위원장은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심의를 통해 판단할 사안”이라며 답변을 유보하는 게 관례였다. 대통령의 질문에 충실히 답하는 것만큼 아직 판단하지 않은 사건에 말을 아끼는 것도 위원장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정책·조사 지휘와 심판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국무회의에서도 아직 심리 중이거나 조사 중인 사건의 언급은 서로 피하는 게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미리 드러낸 경우에는 “본인이 그 사건 심리에 관여하지 않는 게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원회의 정책 기능은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개별 사건은 준사법기관의 영역인 만큼 구분해야 한다”며 “준사법기관의 독립성은 제도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집행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존중할 때 지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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