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李 “약탈금융” 직격…20년 추심지옥 '상록수' 어디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정훈 기자I 2026.05.12 15:44:17

새도약기금 출범에도 9만명·7000억 장기연체채권은 사각지대
신한카드 전액 매각·하나은행 동참…금융권 정리 움직임 확산
금융권 “직접 추심 구조 아냐”…SPC 주주 동의 구조 해명
“포용금융 외치며 장기 회수 유지”…금융권 책임론도 커져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003년 카드대란으로 인해 발생한 장기연체채권 추심 구조를 “약탈적 금융”이라고 공개 비판하면서 금융회사들이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를 통해 보유한 장기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으로 넘기는 방안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공개 질타 이후 그동안 새도약기금 사각지대에 남아 있던 20년 장기연체채권 정리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카드사태 때 발생한 부실채권을 정리한다고 연체채권을 모아 관리하는 곳인데 아직도 열심히 추심하고 있나 보다”라며 “원인이 된 연체 이용자들은 이자가 늘어서 몇천만원이 몇억원이 됐다고 하더라. 국민 정서로 죽을 때까지 열배, 스무배 늘어나도 끝까지 갚으라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사채업자도 아니고 금융기관은 정부 발권력과 인가 체계 안에서 영업하는 것”이라며 “혜택은 누리면서 부담은 안 지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입법으로라도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새도약기금은 금융권 자발적 협약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99.4% 기관이 참여 중”이라며 “반면 상록수는 개별 금융회사가 아니라 유동화회사에 출자해 만든 구조라 여러 기관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주들을 별도로 만나 동의를 구해보겠다”며 “장기 연체자를 계속 괴롭히기보다 재기시키자는 사회적 합의 정신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록수는 카드대란 당시 급증한 장기 연체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2003년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유동화전문회사(SPC)다. 현재 신한카드가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은행·IBK기업은행·우리카드·KB국민은행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정부가 취약차주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새도약기금을 출범시켰음에도 상록수 보유 채권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새도약기금은 원금 5000만원 이하·7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중단하고 채무조정이나 채권 소각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상록수가 보유한 약 9만명·7000억원 규모 장기연체채권은 민간 SPC 구조라는 이유로 기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사례에서는 카드대란 당시 1000만~2000만원 수준이던 채무가 20년 넘게 연체이자와 시효 연장 등을 거치며 수억원대로 불어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통령 발언 이후 금융권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상록수 최대 주주인 신한카드는 상록수 보유 장기연체채권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나은행도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가운데 당행 지분(10%)에 해당하는 채권을 캠코(자산관리공사)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카드 역시 “장기연체 채무자의 재기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며 관련 매각을 결정했다.

다만 금융권은 현재 개별 금융회사들이 장기연체채권을 직접 보유하거나 추심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연체채권은 이미 상록수로 넘어간 상태이고 현재 은행이 보유한 후순위채 잔액도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금융사들은 상록수 지분을 보유한 주주 성격으로, 새도약기금 매각 역시 상록수 자산 처분에 대한 동의 절차에 가까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사들이 직접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상록수 지분을 통해 배당과 후순위채 상환 등 경제적 이익을 공유해온 만큼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의 협조 요청 이후에도 장기간 논의가 지연됐다는 점에서 포용금융을 강조해온 금융권의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록수 구조는 결국 금융사들이 부실채권을 장기간 분리·관리하면서 책임도 함께 분산된 형태”라며 “직접 채권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포용금융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