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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산업을 구한다…영토 넓히는 팬덤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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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I 2026.08.14 15: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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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경제 확산…유통·금융·스포츠 전반 확대
이벤트 중심 협업 한계…팬 관계 이어갈 운영 기반 필요
데이터, 지속 가능한 팬덤 비즈니스 핵심 부상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팬덤이 더 이상 K-POP 산업만의 자산이 아닌 시대가 왔다. 최근 유통·식품, 금융권, 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에서 팬덤은 새로운 소비 동력이자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기 IP와의 팝업스토어 운영, 한정판 협업 상품 출시, 팬 전용 굿즈 증정 등 팬덤을 겨냥한 전략은 이제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성수동에서 열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서울 공식 팝업 (사진=비마이프렌즈)
지난해 12월 성수동에서 열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서울 공식 팝업 (사진=비마이프렌즈)
14일 업계에 따르면 팬덤이 실제 구매와 방문, 신규 가입, 콘텐츠 소비를 이끄는 행동 기반의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인기 아티스트나 캐릭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팬덤의 취향과 소비 방식을 상품과 서비스에 직접 반영해 신규 고객 유입과 매출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팬덤 활용은 여전히 특정 IP와의 협업이나 한정 상품, 단기 이벤트에 집중된 경우가 많다. 팬덤의 구매력이 산업 전반에서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이를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방식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팬덤 산업의 외연 확장… 증명된 팬덤의 파급력

팬덤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이미 검증된 파급력이 있다. 국내에서 팬덤은 오랫동안 K-팝 산업만의 핵심 소비층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포츠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스포츠 산업은 팬덤의 소비력이 산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내 프로야구는 과거 지역 연고와 경기 관람을 중심으로 팬 문화가 형성됐지만 최근 젊은 세대와 여성 팬의 유입이 늘면서 K-팝 팬덤과 유사한 참여·소비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선수와 구단을 상징하는 캐릭터 굿즈를 구매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활동이 새로운 팬 문화로 정착하면서 구단과 인기 캐릭터의 협업도 활발해졌다. 두산 베어스와 ‘망그러진 곰’, LG 트윈스와 ‘먼작귀’, SSG 랜더스와 ‘가나디’ 등이 대표적이다. 캐릭터 유니폼과 인형, 응원 용품 등 한정판 협업 상품은 출시 직후 품절되며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캐릭터는 신규 팬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구단과 선수의 서사를 확장하는 매개체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자배구 역시 팬층 확대와 함께 콘텐츠 소비와 팬 참여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이다. 높아진 팬덤의 관심을 바탕으로 기획된 이 프로그램은 방송 흥행을 팬미팅과 공식 굿즈 판매로 확장했으며, 공식 팬페이지 ‘원더독스 비스테이지’를 통해 일정 공개와 팬 소통, 커머스를 하나의 채널에서 연결했다. 프로그램이 종영해도 온라인에서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팬미팅과 굿즈 등의 실물 경험까지 제공하며 팬 경험과 콘텐츠의 연결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 IP 역시 팬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팬덤 비즈니스 전문 기업과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신인감독 김연경’ 팬페이지 역시 비마이프렌즈와 협력해 운영되고 있다.

팬덤, 산업 공통의 성장 자산…협업 늘어

스포츠뿐 아니라 유통·금융업계에서도 팬덤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GS25는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PLAVE)’ 팝업스토어를 전국 8개 점포에서 운영하고, 편의점 상품과 굿즈를 결합한 협업 제품을 선보여 연이은 품절을 기록했다. 농심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와 협업한 한정판 라면 1,000세트를 판매 시작 1분 40초 만에 완판했다. 메가MGC커피 역시 K-팝 콘서트 연계 이벤트를 통해 앱 가입자 53만 명을 확보하고 관련 매출을 50% 이상 끌어올리는 등 팬덤을 오프라인 방문과 플랫폼 유입으로 연결했다.

금융권은 팬덤의 소비 방식을 상품 혜택에 직접 반영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제로베이스원 팬덤을 겨냥한 ‘ZEROSE 우리카드’를 통해 팬 커뮤니티 ‘플러스 챗’ 구독료와 ‘엠넷플러스 머치’의 앨범·굿즈 구매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팬 플랫폼 내 구독과 콘텐츠, 커머스 이용을 카드 혜택으로 연결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나라사랑카드에 아이브 안유진의 이미지를 적용해 카드 자체를 소장형 굿즈로 기획하는 등 금융 상품의 기능을 넘어 팬덤의 수집 욕구까지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팬덤은 상품 판매와 회원 확보, 플랫폼 이용 확대를 이끄는 성장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다수의 협업이 특정 IP를 활용한 한정 상품이나 단기 프로모션에 집중돼 있어 프로젝트 이후까지 팬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구조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팬덤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들기 위해서는 팬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팬덤 비즈니스 경쟁력은 ‘지속성’…팬과의 관계 자산으로

현재 대부분의 팬덤 프로젝트는 팬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단발성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한 팬덤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팬 데이터가 필요하다.

팬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팬덤 비즈니스의 선두주자인 K-POP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번개장터와 한터글로벌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중고거래 데이터를 한터차트 신규 지표인 ‘트렌드 차트’에 반영하기로 했다. 중고거래를 통해 발생한 K-POP 음반과 굿즈 구매 기록을 새로운 데이터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말부터는 한터 공식 판매 채널인 ‘후즈팬 스토어’가 번개장터에 입점해 판매 실적도 실시간으로 집계할 예정이다.

이 같은 시도는 팬덤 소비 데이터를 새로운 산업 지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팬덤 소비가 시장의 주요한 지표로 자리 잡아가고 팬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생태계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비마이프렌즈는 400개 플랫폼 중 K-POP외에도 절반은 음악이 아닌 배우, 스포츠, 뮤지컬, 트로트,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팬 커뮤니티와 멤버십, 콘텐츠, 커머스를 통합 운영하는 중이다. 팬과 IP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해 왔으며, 현재 1200명 이상의 IP와 동행하고 있다.

이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팬과의 접점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팬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반응과 콘텐츠 이용 패턴, 상품 선호도 등을 분석해 다음 굿즈와 팝업, 콘텐츠 기획에 반영하고,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판매·참여 데이터를 다시 다음 프로젝트의 기획과 운영에 활용한다. 이렇게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팬 경험을 고도화하고,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 가능한 팬덤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서우석 비마이프렌즈 대표는 “팬덤을 한 번의 화제가 아니라 지속되는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라며 “팬과의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팬 경험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확장할 수 있는 체계가 앞으로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현 서강대학교 지속가능경영혁신연구소 센터장은 “팬덤은 더 이상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집단에 머물지 않고, 기업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적극적 참여자”라며 “기업이 팬덤을 단기 매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본다면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플랫폼은 팬의 관심을 구매로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팬들이 안심하고 참여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신뢰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결국 팬덤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팬의 수나 단기 매출이 아니라 팬들과 얼마나 깊고 지속적인 신뢰를 쌓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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