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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수능출제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교육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수능에서 확인했기에 적정 난도의 문항들을 골고루 출제해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역대급 불수능’으로 불렸던 지난해 수능을 의식해서인지 올해 수능은 작년보다는 평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전년(134점)보다 16점이나 상승했다. 수험생들의 상대적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한다. 국어 표점 최고점이 150점에 달한 연도는 2019학년도에 이어 작년이 두 번째다.
올해 국어는 이보다는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병훈 천안중앙고 교사는 “전체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수준”이라며 “킬러 문항을 배제한 대신 적정 난도 문항을 골고루 안배해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과 9월 치러진 모의평가에서 국어 난이도는 양극단으로 갈렸다. 6월 모의평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작년 수능과 비슷했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으로 분류된다. 반면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29점으로 하락했다. 한병훈 교사는 “올해 수능은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난이도로 분석된다”고 했다.
◇수학 선택과목은 어렵게 출제
수학 역시 불수능이었던 작년보다는 쉬웠다는 게 중론이다. 작년 수능에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에 달할 정도로 어려웠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도 표점 최고점이 152점까지 치솟으면서 불수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올해 수능은 비교적 쉬웠던 지난 9월 모의평가(135점)와 비슷하거나 다소 난도가 높게 출제됐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쉬웠던 올해 9월 모평 둘 중 비교를 하자면 후자에 가까운 수능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도 “수학은 9월 평가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난도는 조금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해 선택과목 난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학 공통문항은 쉬웠지만 선택과목 중 확률과 통계, 기하는 작년과 비슷했으며 미적분은 다소 어려웠다”며 “상위권 이과생 변별을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불수능이었던 작년보다는 쉽게 출제됐다. 지난해에는 영어 1등급이 4.71%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이보다는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은 1.47% 등급으로 절대평가 전환 이후 가장 낮았으며 9월 평가 때는 무려 10.94%에 달할 정도로 쉬웠다. 김예령 대원외고 영어 교사는 “영어는 작년 수능보다는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도 “지문의 주제를 올바로 파악할 수만 있다면 해답을 도출해 낼 수 있는 시험이었다”고 했다.
◇최상위권 당락 ‘과탐’서 갈릴 수도
올해 수능은 의대 증원 후 처음 치러지는 시험으로 N수생(대입에 2회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 수가 2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의대 입시를 노리고 재도전한 수험생이 많은 만큼 최상위권 변별 확보가 관건으로 꼽혔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에 지원한 졸업생은 16만1784명으로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검정고시 출신을 포함한 N수생 수는 18만1893명으로 2004학년도(18만4317명) 이후 21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최중철 위원장은 “지난해 수능, 올해 6월·9월 모의평가 등 4가지 데이터를 출제에 활용했다”며 “과목별 N수생 비율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고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보다 쉽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는 난항이 예상된다. 오히려 과학탐구 등에서 변별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수학의 경우 최상위권 변별에는 상당한 문제가 생길 정도의 수준”이라며 “국어·수학은 최상위권 의대 입시에서 거의 만점에서 준하는 점수가 요구될 수 있으며 과학탐구에서 당락이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