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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기준 톤(t)당 구리 가격은 1만4672달러로, 니켈 가격(1만6675달러)의 88.0%까지 올라섰다. 두 광물의 가격 차는 역대 최소 수준이다. 현재 구리값은 역사상 최고치다.
4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2022년 구리 가격은 t당 7985달러로, 니켈 가격(2만2200달러)의 36.0%에 그쳤다. 이후 구리 가격은 2023년 8225달러→2024년 8990달러→2025년 9823달러→2026년 1만4672달러로 고공행진했다. 반면 니켈 가격은 같은 기간 2만2200달러에서 1만6675달러로 24.9% 뒷걸음질 쳤다. 일각에서는 구리값이 사상 처음 니켈값을 추월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구리의 급부상은 AI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때문이다. 구리는 높은 전기 전도성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내부의 서버 연결선과 냉각·전력 설비부터 변압기와 비상발전 설비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송·배전망에도 구리가 필요하다. AI 반도체가 ‘AI 두뇌’이고 전기는 이를 움직이는 ‘AI 에너지’라면, 그 전기를 끊김 없이 전달하는 구리는 AI 혈맥인 것이다. 가온전선, LS에코에너지, LS마린솔루션 등 LS전선 자회사들이 AI·전력망 투자 확대로 나란히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은 이와 직결돼 있다.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처음 4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반해 전기차에 필수적인 니켈은 힘을 잃고 있다. 니켈은 니켈·코발트·망간을 사용하는 NCM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니켈을 쓰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확산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를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높이고 있는 LFP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 같은 고가의 광물이 들어가지 않지만, 구리는 대량으로 필요하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배터리가 주도했던 핵심 광물 시장에 AI·전력 인프라가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구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단순한 원자재 가격의 등락을 넘어 글로벌 산업의 성장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