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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지어도 사람은 못 옮긴다?…호남 반도체에 숨은 '파업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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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기자I 2026.09.03 19: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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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성과급·공장 신설 자체는 쟁의 대상서 제외
신규공장 인력배치 구체화 땐 교섭 여지 남겨
“숙련인력 제때 못 옮기면 반도체 가동도 차질”
노사 모두 반발에…“결국 모호한 노조법 고쳐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기회 확대 및 고용노동현안 논의를 위한 고용노동부 장관-주요 그룹 CH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기회 확대 및 고용노동현안 논의를 위한 고용노동부 장관-주요 그룹 CH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종=조민정 기자]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노사의 ‘N% 성과급’ 논란과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둘러싼 노사 갈등 우려를 줄이기 위해 노동쟁의 대상에 대한 세부 지침을 내놨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거나 공장 신설·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 자체를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새 공장을 돌리는 데 필수적인 인력 배치 단계는 여전히 교섭·쟁의 대상이 될 여지를 남기면서, 산업계에서는 투자 불확실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선 오히려 투자 ‘결정’과 ‘실행’의 경계에서 새로운 노사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공장은 회사가 짓는데…가동 인력은 교섭 대상 될 수도

고용노동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노동조합법상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기업 이익은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배당 등에 활용해야 하는 재원인 만큼 일정 비율을 먼저 떼어 달라는 요구가 영업의 자유와 주주 등 제3자의 권익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AI·로봇 등 신기술 도입 역시 해당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신규 공장의 인력 운영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 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면 해당 근로조건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AI·자동화 설비 역시 도입 자체는 경영 판단이지만 이후 직무나 근무형태 변경, 인력조정 등이 구체화하면 교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계가 문제 삼는 대목은 이 지점이다. 반도체, AI, 배터리 등 첨단산업 공장의 신규 라인을 가동하려면 기존 사업장에서 설비와 공정을 잘 아는 숙련·연구인력을 옮겨 시운전하고 초기 수율과 품질을 안정시켜야 한다. 경영계는 이 같은 인력 이동을 투자 이후 부수적인 인사 조치가 아니라 사실상 ‘투자 실행 그 자체’로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시운전과 안전관리 단계에서는 해당 설비 특성과 위험 요인을 잘 아는 숙련인력이 필요한 만큼 인력 배치가 지연되면 생산뿐 아니라 안전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공장 신설·이전이나 신기술 도입에 따라 직원 업무나 근무지를 바꾸는 계획이 교섭·쟁의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되면 투자와 경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이번 기준이 실제 노사 분쟁에서도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신규 공장을 정상 가동하려면 기존 생산거점의 숙련 인력 이동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공장 건설 자체는 회사가 결정하면서도, 그 공장을 돌릴 사람을 옮기는 과정에서 다시 교섭·쟁의 여부를 다퉈야 한다면 투자 일정 자체가 노사관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7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 군 공항 인근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점검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7일 전남광주 광산구 광주 군 공항 인근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점검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적 구속력 없는 지침…현장 혼란 가중될 수도

상황이 이렇자 이번 지침은 N% 성과급과 투자·신기술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선명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실제 투자 실행 단계에서의 인력운영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제거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이번 시행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처럼 대외적 구속력을 갖는 규범이 아닌 행정지침이라는 한계가 있다. 노조가 이후에도 N% 성과급이나 공장 이전 반대 등을 교섭·쟁의 의제로 삼을 가능성 자체를 차단할 수는 없고, 결국 개별 분쟁에서 노동위나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할 수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같은 날 성명에서 해당 지침이 헌법상 노동 3권을 침해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동배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장이 신설되면 당연히 근로자 배치 전환 문제가 뒤따르는 상황”이라며 “지침은 어차피 법률적 효력이 없는 만큼 노동위 판단과는 별개로 노사가 행정소송으로 가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궁극적으로 노조법 자체를 손질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는 모호한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근부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가 시행령과 지침을 구체화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노란봉투법 2조 자체를 다시 개정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경총은 “노동부가 올 2월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내놓은 데 이어 노사 분쟁 예방을 위해 이번 시행치짐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산업 현장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종국적으로는 노조법상 노동쟁의 정의 규정을 개정해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 3월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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