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11월05일 14시22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전력 인프라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완전히 독립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함께 설계하고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AI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증설로 전력망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발전소와 송전망을 새로 짓는 것뿐 아니라 데이터센터가 전력 사용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도 전력망 투자 확대와 기존 인프라의 운영 효율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평가다.
만시 샤 에메랄드AI 제품 부문 총괄은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26)' 발표에서 "AI가 성장하는 규모와 속도를 고려할 때 전력 인프라를 갖추는 데 5년, 7년, 8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샤 총괄은 AI 데이터센터의 모든 작업이 동일한 수준의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기 탐지처럼 즉시 처리해야 하는 작업도 있지만, 일부 AI 작업은 처리 시간을 조금 늦추더라도 서비스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AI 워크로드 자체가 본질적인 유연성을 갖고 있다"며 "전력을 제한하더라도 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다만 다소 느리게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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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사용을 조절하는 방법으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전력 사용량을 제한하거나, 전력망이 혼잡하지 않은 시간으로 작업을 옮기고 다른 지역의 데이터센터로 작업을 분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샤 총괄은 "데이터센터를 유연하게 활용하면 새로운 송전선로와 변전소, 발전 설비가 완성되기 전에도 기존 전력망을 활용해 더 빨리 가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적용 사례도 소개했다. 에메랄드AI는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초기 실증을 진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터센터에서는 약 3만5000개의 AI 작업을 소프트웨어로 조정해 전력 사용량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력 사용량을 약 15% 줄인 상태를 유지했고, 전력망이 정상화된 뒤 서서히 사용량을 늘렸다"며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가 즉시 약 25%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데이터센터 개발에도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샤 총괄은 "한국의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하기를 원한다"며 "어디서 전력을 조달할 것인가가 핵심 제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력 유연성은 실제로 작동하고,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전력회사 등과 실증 사업을 추진할 의향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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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력 수요 조절만으로 신규 설비 투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마크 맥그라나한 미국 전력연구원(EPRI) 석학연구원(펠로우)은 "모든 것을 유연성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송전선로와 배전선로를 구축해야 한다"며 전력망 투자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그라나한 연구원은 유럽 전력산업협회 유레일렉트릭의 분석을 인용해 "유럽 배전망에 연간 약 670억유로가 필요하다"며 "지난 5년간 매년 투자한 금액의 최소 두 배"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확충뿐 아니라 전기차 보급과 재생에너지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전력망 회복력 확보 등이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꼽혔다.
그는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기존 설비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자원의 전력 사용을 예측하고 조정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맥그라나한 연구원은 "디지털화는 이 모든 것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핵심"이라며 "전력망에 설치된 센서와 데이터는 AI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지능형 배전망 관리 시스템(ADMS)도 언급했다. 그는 한전 인재개발원에서 시연을 봤다며 "미래 관제센터에 필요한 기술을 위한 훌륭한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관리와 예측, 조정을 통합해 전력망 운영을 최적화해야 한다"며 새로운 운영 기술의 효과를 투자계획 단계부터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발표 후 이종수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패널토론에서는 AI와 전력산업 간 협력의 전제 조건으로 '신뢰'가 강조됐다. 실제 산업 현장에 AI를 도입하기 전에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고, 현장 인력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맥그라나한 연구원은 "전력망 운영 인력의 업무를 더 쉽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 AI를 핵심 인프라에 도입하기 전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샤 총괄도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가 안전장치를 갖추고 민감한 데이터를 공유해야 신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데이터센터가 유연성을 발휘하고 비용 부담을 더 많이 진다면 지역사회는 같은 비용 또는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안정적인 전력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