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딸을 둔 정진아(52)씨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 ‘지혜연등’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마치고 이같이 말했다. 인근 회사를 다니는 정씨는 수능 한 달 전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조계사에 들려 기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혹시나 그날 아프거나 운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돼 기도를 하게 됐다”며 “노력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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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아들의 수능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최모(61)씨는 “아이가 너무 날카롭고 예민한 타입이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어서 이렇게 조계사에 가끔 온다”며 “부처님께 속에 있는 말도 전하고 우리 아이가 재수하지 않고 원하는 대학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대웅전에서 절을 올리고 나왔다는 박모(73)씨는 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점심쯤 조계사를 찾았다. 매일 오후 2시 열리는 ‘자녀를 위한 화엄 기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조계사는 수능 전날까지 매일 오후 2시 해당 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수험생 자녀를 둔 가족들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절을 올리고 불경을 외우며 아이들의 입시 성공을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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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입시 성공을 기원하려는 이들 중 유독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곳곳에서도 ‘의대 입학’ 등이 적혀 있는 연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가 2025년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1509명을 늘린 4567명으로 결정하며 의대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 의대 입시를 목표로 반수를 하고 있는 자녀를 위해 기도를 하러 온 전모(55)씨는 “집안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해 자녀를 많이 지원해주지 못해 마음으로라도 빌러 왔다”며 “올해 의대 정원이 늘어난 만큼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지 기대하고 있다. 학원도 안 다니고 혼자 공부하는 아이가 대견스럽다”고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