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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보호냐 환자 권리냐”…의료분쟁법 ‘하위법령’에 쏠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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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4.29 15:46:12

중과실 기준 모호 우려…재판 받을 권리 침해 ''논란''
복지부 “필수의료 붕괴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하위법령서 세부 기준 정해야…"6개월 내 기준 마련"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이후 하위법령 설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위축을 막기 위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라는 취지지만,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각각 ‘중과실 기준의 모호성’과 ‘환자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만큼,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와 특례 적용 기준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제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자료=보건복지부)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진 보호를 위한 ‘특권법’이 아니라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신현두 과장은 “중증 의료사고에서 높은 배상 부담과 형사처벌 위험이 누적되면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서비스 제공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공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에 따르면 형사처벌 부담은 전공의의 진료과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정 사건 이후 관련 전문과 지원율이 급감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기소 제한’과 ‘형 감면’이다. 응급·분만·소아·중증외상 등 긴급하고 고난도 의료행위에서 중대한 과실이 없고 손해배상이 이뤄진 경우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 특례는 일반 의료행위가 아닌 ‘고위험 필수의료’에 한정 적용된다.

문제는 이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와 ‘중대한 과실 기준’이 법이 아닌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법은 고위험 필수의료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대상은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는 향후 의학계 의견을 반영해 세부 범위를 정할 계획이다.

특히 중대한 과실 기준으로 제시된 ‘12개 항목’도 논란의 중심이다. 복지부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예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의료계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경우 오히려 수사와 법적 분쟁이 계속돼 실질적인 부담 완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12개 항목은 제한적 열거와 예시를 혼합한 구조로, 특정 항목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진료지침 위반 등은 충분히 중과실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별 사건의 중과실 여부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에서 전문적으로 판단하도록 해 수사기관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환자단체의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형사처벌 특례가 환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일부 기본권 제한 요소는 있지만 국민 전체의 생명과 건강 보호라는 공익을 고려할 때 비례성 원칙에 부합한다”며 위헌 소지는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는 세 가지 쟁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의 구체적 범위 설정, 둘째 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의 세분화, 셋째 책임보험 설계와 보장 범위다. 복지부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고 의학회 연구용역 등을 통해 의료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일정도 제시됐다. 법 공포 이후 약 6개월 내 고위험 필수의료 범위와 특례 적용 기준 등 핵심 내용을 마련한 뒤,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 과장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의료사고의 장기 소송 구조를 개선하고,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설명 의무 강화와 책임보험 도입으로 신속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형사 부담 완화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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