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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오후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실형 선고에 따라 이 부회장은 곧바로 법정구속 됐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삼성의 준법위 운영이 양형 요소로 반영될 수 있을지 여부였다. 앞서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 설치를 양형 사유에 포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2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두는 등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독립 감시기구 삼성 준법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약 1년간 운영해왔다.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을 독립적으로 감시·통제하고, 회사 측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준법위 운영을 양형 사유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특히 준법위가 미래에 벌어질 불법·일탈 행위까지 막기엔 역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재판부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위험에 대한 예방·감시 활동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 전문심리위원들도 “삼성의 준법경영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이에 대비한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준법위는 이러한 지적을 수용해 이달 11일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항목 설정에 관해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인 선고일까지 리스크를 유형화 하고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리스크유형화’·‘컨트롤타워 감시’ 부족, 실형으로 이어져
재판부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조직에 대한 준법 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은데다, 준법위와 협약을 체결한 7개사 이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체계가 성립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과거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된 삼성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사업지원TF’나 총수, 즉 ‘국정농단’과 같은 비위행위를 결정·지시할 수 있는 핵심 대상에 대한 감시 방안이 미흡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부분도 앞서 전문심리위원들이 지적한 내용이다. 준법위는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향후 정기회의 등을 통해 사업지원TF 감시 강화를 포함한 준법위의 통제·감시 범위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리스크 유형화’와 마찬가지로 얼마 남지 않은 선고일까지 특별한 방안을 내놓진 못했다.
이 부회장도 지난달 30일 결심공판 최후 진술을 통해 사업지원TF와 본인에 대한 감시 강화와 과거 비위 행위에 대한 이중·삼중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강조했으나, 결국 재판부는 이를 근본적인 대책 마련으로 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준법위가 컨트롤타워에 대한 감시체계 마련과 리스크 유형화를 서둘러 진행했더라면 준법위 활동이 양형 사유로 반영돼 집행유예로까지 이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지적사항을 이행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애초부터 재판부가 전 계열사, 사업지원TF에 대한 감시를 하라는 주문을 하던지 지적사항들에 대해 중간 점검이라도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선고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지적들을 곧바로 이행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준법위는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감시기구로서의 역할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준법위 관계자는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삼성 준법감시위 역할과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