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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다시 만날까..실무협상 성과 못내면 개최 불투명

김영환 기자I 2019.02.28 18:32:30

트럼프, 회담 후속 일정 취소하고 기자회견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는 "약속 없었다"
협상 동력은 유지..두 정상간 신뢰 전면에 내세워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유예하면서 제재도 현 수준 유지 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연합뉴스)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기대했던 ‘하노이 선언’은 무산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간 협상 동력은 남겨놨다. 추후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미가 접점을 찾는다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톱다운 방식으로도 합의점을 못 찾은 북미가 실무협상에서 접점을 찾는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다음 만남에 대해 “개최되면 개최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이라고 협상에서의 북한의 양보를 압박했다.

◇점심도 안 먹고 헤어졌지만..“악수하고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오후 일정이 취소된 데 대해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예정보다 빠른 오후2시(현지시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작별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악수도 하고 나왔다”고 했다.

양 정상이 예고했던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각자 숙소로 돌아서면서 북미 관계가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이 북한과 우호 관계를 강조한 것은 ‘협상 결렬’의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양측이 여전히 협상 동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희는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 장관도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폼페이오도 그쪽(북한) 팀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다”고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비록 양측이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고위급이나 실무 차원의 협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신뢰 쌓기 위한 ‘시간’이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본회담이 열리기 전인 27일부터 김 위원장과 약식 단독회담과 만찬 등을 즐기면서도 연신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북미의 비핵화 협상이 ‘속도전’에서 ‘지구전’으로 변하는 변곡점을 새겼다.

한편으로는 김 위원장에게 ‘시간’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27일) 저녁 김 위원장과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더이상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라며 “그 약속을 신뢰하고 사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과 11월 각각 마지막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한 뒤 1년 반 가량이 지났지만 신뢰 형성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지도자간 신뢰는 여전하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면서 “외교 역사상 가장 터프한 언어를 사용했는데 결국 우리는 우호적인 관계로 바뀌었다”고 자신했다. 비록 비핵화-제재 완화를 놓고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와 별개로 최고 지도자의 관계 개선을 내세운 것이다.

◇대북 정책도 ‘동결’..제재 수준 유지-한미훈련 유예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무산으로 이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는 만큼 현재 수준의 제재와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유예를 유지하면서, 북한에도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양보안 검토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한미 합동 군사 훈련에 대해서는 ‘비용’ 문제를 앞세우며 현재 수준을 유지할 방침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훈련 같은 경우는 제가 포기한 지 꽤 오래됐다”며 “군사훈련은 매우 재미있지만 비싸다. 이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제재를 더 강화해 압박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 현재 제재가 매우 강력하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도 사는 주민이 있다. 그게 저에겐 중요한 사안”이라며 “제 태도가 많이 변한 이유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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