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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20일 2박 3일간의 평양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에 마련된 평양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를 찾아 이같이 밝혔다. 방북 성과 대국민 보고를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 담지는 못했지만 구두로 합의된 것도 있다”며 △남북 국회 회담 개최 △지자체 교류 활성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몰수 조치 해제 △대고려전 북측 문화제 전시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지자체의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저는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의 전면 가동을 위해 북측 몰수 조치를 해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정은 위원장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북한은 우리측의 중단 조치가 풀리지 않자 2010년 4월 당시 관광 지구 내 남측자산을 동결하면서 시설에는 ‘몰수’ 딱지를 붙였다. 이듬해 8월에는 금강산에 남은 현대아산 인력 16명이 모두 철수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550억 원을 들여 지은 이산가족면회소는 2008년 7월 완공된 이후 세 번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북한은 2010년 10월 제18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이산가족면회소를 비롯한 일부 시설에 대한 동결·몰수 조치를 한때 해제했지만, 행사 뒤 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이번 문 대통령의 요청에 김 위원장이 동의함에 따라 평양공동선언에 명시된 상설면회소 개소를 위한 남북한 당국의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결 또는 몰수된 나머지 우리측 자산에 대해서까지 논의 대상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현대아산 등 민간 소유의 온정각 서관 건물과 판매업체 시설 등은 모두 동결 조치된 상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올해는 고려건국 1100년이 되는 해”라면서 “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12월에 개최되는 대고려전에 북측 문화제를 함께 전시할 것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안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4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에는 청자과형병(국보 제94호), 아미타삼존도, 나전경함, 은제주자 등 230여 건이 전시된다. 여기에 더해 북측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 유물도 함께 전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는 평양공동선언을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적 추진체계를 마련하고, 남북고위급회담을 가까운 시일 내 개최할 것”이라면서 “국회의 초당적 협력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