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메기 역할’ 한다는 국민연금
앞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온라인 기자설명회를 열고 공단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와 함께 퇴직연금 시장의 사업자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낮은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 구조에 갇힌 퇴직연금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501조원 규모에 도달한 퇴직연금 시장은 DC(확정기여)형 및 IRP(개인형퇴직연금) 가입자의 49.6%가 2~4%대 수익률에 머물며 물가상승률을 간신히 방어하는 형국이다.
김 이사장은 “가성비로 따지면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사업에 참여할 경우 민간보다 3분의 1 수준의 수수료로 3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공단은 전체 공공기관의 0.2% 수준인 340여 개 공공기관을 묶는 공공기관 개방형 모델을 우선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단순한 사업 확대를 넘어 공적·사적 연금 간 역할 재정립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대체로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참여는 시장 파급력이 클 것이 자명하기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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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측에서는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제고하겠다는 논리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퇴직연금은 2005년에 도입돼 역사가 짧고 가입자가 이직 시 계좌가 분산되는 구조라 적립 기간도 길지 않다. 전체 자산의 30%를 안전자산(채권혼합형 ETF 등)에 투자해야 하는 규제도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20년 이상 장기 적립되고 수급 시점도 명확하다”면서 “수익률 차이는 운용 능력이 아닌 적립 기간·규모·규제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상무도 퇴직연금 제도에만 적용하는 위험·안전자산 한도 규제를 지적함과 동시에 “국민연금 수익률이 최근 올라간 건 국내 증시 상승세 덕분”이라며 수익률 제고 논리를 반박했다. 실제 지난해 국민연금 자산 가운데 국내주식 부문 수익률은 35.12%에 달해 총자산 수익률(18.82%)을 견인했다.
김성일 이음연구소 소장도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데, 이를 근거로 경쟁력을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양 제도는 목적과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거나 역할을 확대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의 정치적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지난 2월부터 보건복지부와 재정경제부 등이 참여하는 뉴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외환시장 안정을 명목으로 리밸런싱(자산 배분 조정)을 미루는 등 정부 정책에 동원됐다”며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연금까지 좌지우지하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들은 운용 성과를 비교하기보다 ‘국민연금이 운영한다’는 이름 자체를 신뢰해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교수는 “아직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다른 운용사보다 더 잘 운용한다는 것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는 투자 참여를 유도하는 넛지를 넘어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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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경쟁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최경진 경상국립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자체 보유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익률을 높인다면 다른 사업자들도 수익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공기관 개방형 퇴직연금 사업자 역할은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대상 퇴직연금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운용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최 교수 생각이다. 그는 “기금형 퇴직연금 규모가 계속 증가하면 대체투자 등 대상도 다양해져야 하는데, 여러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갖춘 국민연금이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금융기관 중심으로만 운영될 경우 수수료 등 측면에서 견제 장치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참여 방식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합형 구조로 위탁 운영을 하거나 플랫폼 노동자 등 사각지대 계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초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목적에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함도 있었는데 국민연금의 참여가 이러한 정책 취지에 완벽히 부합하진 못한다는 의미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생각이 비슷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자로서 축적된 운용 노하우를 갖고 있어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공공기관 개방형의 취지는 민간이 다루지 못하는 사각지대나 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도 “통계적으로 국민연금 수익률은 원금 보장 상품보다는 항상 높게 나타난다. 국민연금의 참여는 국민에게 필요한 제도적 선택”이라고 거들었다. 특히 DB(확정급여)형에서 매우 낮은 수익률에 머물러 있는 가입자들도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도 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070115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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