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가격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도 메디트 인수전 결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수를 노리던 후보군이 적지 않던 상황에서 새 인수자가 머지않아 등장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다. 반면 3조원에 달하는 가격 부담이 크다 보니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4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메디트를 보유한 PEF 운용사 유니슨캐피탈과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메디트 매각과 관련 방안을 재논의 중이다. 당초 지난달 19일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 속 수조원대 빅딜 성사로 관심을 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여타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약 3조원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이 전체 자금의 90%를 대고 GS가 10% 수준을 책임지는 것으로 자금 계획을 짰다.
그러던 지난 11일 GS(078930) 측이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됐음을 알리며 메디트 인수전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다. GS측은 “메디트 지분 취득과 관련해 당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현재는 우선협상기간이 종료됐다”며 “본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최종 인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무난히 흐르던 메디트 인수전이 결렬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매각가 이슈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과정에서 원매자가 얼마를 내겠다고 제시한 상황에서 우선협상자 지위 결렬은 곧 막판 가격 조율에서 이견을 보였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결국 협상을 다른 원매자들과 다시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데 이는 막판 제시한 조건 변화 요구에 따른 양측간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가격에서 어느 정도 괴리감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은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체결 협상 지속을 시사한 점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여타 후보들의 가격 제안을 보고 최종적인 가격대를 재차 설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이미 어느 정도 가격을 내겠다고 생각해놓은 마지노선이 있을 텐데 막판 오버페이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결국 돌아가는 상황에서 최종 인수가격이 디스카운트 된다면 (GS-칼라일 컨소시엄 입장에서)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
상황을 종합하면 메디트 인수를 위해 내기로 했던 가격이 내심 부담됐던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시장 분위기를 좀 더 보겠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상했던 시장 가격이 형성될 경우라면 ‘원 모어 타임’을 외치면 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물론 이 대목에서 변수는 유니슨캐피탈의 필터링이다. ‘간 보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태핑(수요조사)과 재가격 제안을 아예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상 수준의 가격대가 형성되고 인수전 분위기가 재차 달아오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새 주인을 원하는 시기 안에 찾을 수 있을지와 원하는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지에 쏠린다. 매각 측 입장에서는 급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유니슨캐피탈이 메디트에 투자한 기간이 3년으로 길지 않은데다 실적 성장세도 받쳐주고 있어 원매자 측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메디트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미국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다만 앞선 입찰 과정에서 원매자들이 GS-칼라일 컨소시엄 수준의 가격대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과 우선협상기간 불발에 따른 심리적 여유를 가졌다는 점은 고려 요소다. 될 수 있으면 원매자들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던 이번 기회에 거래 종결을 원하는 매각 측 심리를 어떻게 이용하느냐도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버페이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3조원 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을지가 변수”라면서도 “안정적인 거래 종결성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