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홀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전투’는 어느 때보다 쉽지 않았다. 동료들이 적에게 포위당한 상태였고 그는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가 동료들을 구해야 했다. 동료를 구출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위험했다. 감시 드론은 배터리가 방전됐고, 야간 투시경까지 고장 나며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은 코홀의 팀은 실수로 적진 깊숙이 300m가량 들어가 적의 영토에서 헤매야 했다.
러시아군과 맞닥뜨리면서 양측 간의 총격전이 시작됐고 코홀은 부하들에게 후퇴를 명령했다. 수류탄이 쏟아지자 그는 들판 깊숙이 100m가량을 달렸고, 혼전 속에서 수류탄 폭발로 의식을 잃었다.
코홀은 “시간이 흐른 뒤 정신을 차렸을 때,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적들이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면서 “분명 그들은 나를 볼 수 있었지만 나를 죽이러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제야 내가 지뢰밭 한가운데에 갇혔다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그는 오로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적과 아군의 총알과 땅에 묻힌 지뢰를 피할 방법은 천천히 기어가는 것뿐이었다. 고막이 터지고 두개골과 몸통에 파편이 박힌 상태였지만, 그는 살아남기 위해 지뢰밭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72시간 동안 코홀은 식량은커녕 물 한 모금 없이 생존을 이어갔다. 그는 총격 소리를 방향 표시로 삼아 이동했고 5분 간격으로 짧은 수면을 취하며 방향 감각을 유지했다. 극도의 탈진 상태에서 그는 아내의 환영을 보기도 했다. 환각 속 아내는 그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갈 길을 재촉했다.
|
3일 만에 아군 진지에 도착한 그는 음식과 물을 공급받았지만, 안전지대까지는 여전히 4km가 남아 있었다. 도로에 총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지에서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는 이동을 선택했고 결국 실종 일주일 만에 지휘부와 연락이 닿았다.
지휘소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해”라는 그의 말에 아내는 “당신이 기어 나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당신을 직접 죽였을 것이다”는 농담으로 기쁨을 전했다.
현재 코홀은 부대에서 신병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키이우포스트에 “나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 소속 군인으로, 국가와 가족, 국민을 지키는 훈련을 받았다”면서 “어떤 일이든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동기를 알고 있다면 어떤 임무든 완수할 힘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 당장 우리 모두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전쟁을 끝내고 우리 아이들에게 맑은 하늘과 미래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