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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류탄 파편 박힌채 지뢰밭 3일 기어... 우크라 군인 기적 생환

홍수현 기자I 2025.03.13 21:41:19

머리, 몸통 등 수류탄 파편 수두룩
72시간 동안 식량, 물 없이 오로지 기어가
"총격 소리 방향 삼아...아내 환영 보기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우크라이나 군인이 수류탄이 쏟아지는 적진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로 3일간 지뢰밭을 기어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대(HUR) '아르탄' 소속 코홀. (사진=키이우포스트)
현지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대(HUR) ‘아르탄’ 소속 ‘코홀’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군인은 수류탄 폭발로 부상을 입고 지뢰밭에 갇힌 채 72시간 동안 적진을 탈출한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전사 처리돼 장례식까지 마쳤으나 놀랍게도 생환에 성공했다.

코홀에 따르면 그의 ‘마지막 전투’는 어느 때보다 쉽지 않았다. 동료들이 적에게 포위당한 상태였고 그는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가 동료들을 구해야 했다. 동료를 구출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위험했다. 감시 드론은 배터리가 방전됐고, 야간 투시경까지 고장 나며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은 코홀의 팀은 실수로 적진 깊숙이 300m가량 들어가 적의 영토에서 헤매야 했다.

러시아군과 맞닥뜨리면서 양측 간의 총격전이 시작됐고 코홀은 부하들에게 후퇴를 명령했다. 수류탄이 쏟아지자 그는 들판 깊숙이 100m가량을 달렸고, 혼전 속에서 수류탄 폭발로 의식을 잃었다.

코홀은 “시간이 흐른 뒤 정신을 차렸을 때,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적들이 내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면서 “분명 그들은 나를 볼 수 있었지만 나를 죽이러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제야 내가 지뢰밭 한가운데에 갇혔다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그는 오로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적과 아군의 총알과 땅에 묻힌 지뢰를 피할 방법은 천천히 기어가는 것뿐이었다. 고막이 터지고 두개골과 몸통에 파편이 박힌 상태였지만, 그는 살아남기 위해 지뢰밭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72시간 동안 코홀은 식량은커녕 물 한 모금 없이 생존을 이어갔다. 그는 총격 소리를 방향 표시로 삼아 이동했고 5분 간격으로 짧은 수면을 취하며 방향 감각을 유지했다. 극도의 탈진 상태에서 그는 아내의 환영을 보기도 했다. 환각 속 아내는 그에게 포기하지 말라며 갈 길을 재촉했다.

코홀의 당시 모습을 재현한 그림이다. (사진=챗gpt)
셋째 날, 한 묘지 근처에서 호두 네 개와 물을 발견해 처음으로 음식을 섭취했다. 이후 한 진지를 발견했지만, 적군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신중히 접근했다. 무기를 장전하고 이동하던 중 다행히 진지에서 우크라이나어로 교신하는 소리를 듣고 아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무전으로 자신의 호출 부호인 ‘코홀’을 외치는 순간, 그의 죽음을 애도하던 부대원들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코홀’은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인을 비하할 때 쓰는 용어이지만, 그는 당당하게 그것을 자신의 콜사인으로 삼았다.

3일 만에 아군 진지에 도착한 그는 음식과 물을 공급받았지만, 안전지대까지는 여전히 4km가 남아 있었다. 도로에 총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진지에서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그는 이동을 선택했고 결국 실종 일주일 만에 지휘부와 연락이 닿았다.

지휘소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오는 데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해”라는 그의 말에 아내는 “당신이 기어 나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당신을 직접 죽였을 것이다”는 농담으로 기쁨을 전했다.

현재 코홀은 부대에서 신병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키이우포스트에 “나는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 소속 군인으로, 국가와 가족, 국민을 지키는 훈련을 받았다”면서 “어떤 일이든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동기를 알고 있다면 어떤 임무든 완수할 힘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 당장 우리 모두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전쟁을 끝내고 우리 아이들에게 맑은 하늘과 미래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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