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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총 16회에 걸쳐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하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고, 민간인 학살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전쟁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거부’로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을 거부한 것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봤다. 특히 A씨의 경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음에도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년 간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한 점 때문에 양심에 대한 진정성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 거부에 해당하면 예비군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반면 A씨와 마찬가지로 비폭력·평화주의를 주장하며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B씨와 C씨는 이날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1·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이들이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B씨는 병역 거부 이전에 반전·평화 분야에서 활동한 구체적인 내역을 전혀 소명하지 못했고, C씨는 경찰관 폭행 전력과 함께 경우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들의 피고인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