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인공 신경 개발에 성공한 이태우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연구 초기를 회상하며 “모두가 뇌에 집중할 때 신경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뇌과학에 집중된 연구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운동·감각신경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연구 초기 시절을 떠올리면서 “불가능할 수 있던 일이라 꿈을 꾸면서 시작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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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1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암도 치료가 어렵다고 하지만 5년간 생존률이 85%나 상승했다”며 “신경손상 관련 질병은 인류 탄생부터 원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아 있었다. 신경손상 연구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환자들의 삶에 기여하게 된다면 굉장한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임상에서 활용되는 ‘기능적 전기자극 치료’는 에너지 소모가 심하고, 복잡한 디지털 회로와 컴퓨터가 필요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의학적인 접근은 약물이나 줄기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암이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연구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의학 문제를 공학적으로 접근한 연구팀은 부피가 큰 외부 컴퓨터 없이 인공 신경을 통해 신경이 마비된 쥐의 다리를 움직이는 성과를 냈다. 이 교수는 “생물학과 의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연구라 토론도 많이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2018년 바퀴벌레부터 시작해서 쥐 다리를 움직이는 단계까지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학적 방법은 사람에게 적용해도 부작용이 적고 불편하면 바로 빼버리면 되니까 임상시험이 바로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전극이 있어 이걸 활용하면 빠른 시일 내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단순히 눈꺼풀이 안 열리는 작은 신경 증상부터 절단 사고가 잦은 일용직 근무자들까지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루게릭병 같은 난치병은 20년을 내다보고 완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방광이 열리지 않거나 사고가 난 응급환자에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며 “절단의 경우 짧은 시간에 신경이 죽어서 나중엔 봉합해도 회복이 어려운데 이런 ‘골든타임’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연구 특성상 다양한 분야가 연결돼 있고, 난치병 ‘완치’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그는 “혼자 힘으로 잘해서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연구라 생물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과 협동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응용처를 찾아내 난치병을 해결하면서 삶의 질과 관련된 부분을 향상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