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규제에 묶여 있던 창업기획자(AC) 업계가 2025년을 기점으로 제도적 전환점을 맞았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컴퍼니빌딩이 허용되고 투자 운용 기간이 늘어나면서, AC의 역할이 단순 초기 투자·보육을 넘어 사업 기획과 장기 투자까지 확장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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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하반기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과 후속 정책 조치를 통해 창업기획자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대선 정국 전후로 정책 논의가 지연됐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서는 업계 요구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며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지난 7월 시행된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이다. 기존 시행령에서는 창업기획자의 투자 대상을 원칙적으로 '보육 중이거나 보육을 완료한 창업기업'으로 제한했다. 이로써 경영지배 목적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그 결과 AC가 사업 아이디어 단계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자회사 형태로 회사를 키우는 컴퍼니빌딩 방식이 제도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투자 운용의 시간 제약도 완화됐다. 정부는 창업기획자를 포함한 초기 투자 주체의 주목적 투자 의무 이행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후속 조치를 확정했다. 초기 기업 투자의 특성상 단기간 내 투자 집행이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정책자금 측면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를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출자 계획을 확정했고, 이를 통해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창업초기·초기 단계 트랙이 주요 출자 분야로 포함되면서, AC가 참여할 수 있는 정책자금 풀(범위)도 일정 부분 확대됐다.
하반기에는 추가 재정 투입으로 초기 투자 재원을 보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벤처·스타트업 분야 정책자금 여력을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일부가 초기 투자 및 AC 참여 트랙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AC 전용 출자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의 배경에는 업계 차원의 정책 대응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대선 정국 전후 관계 부처와의 소통을 이어오며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고, 연내 다수의 제도 변화가 가시화됐다. 협회는 지난 9월 이사회를 통해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의 회장 연임을 의결했다. 임기는 2027년 2월까지다.
외형 성장도 이어졌다. 연말 기준 창업기획자 등록 수는 500곳을 넘어섰다. 다만 AC와 VC 라이선스를 동시에 보유한 ‘더블 라이선스’ 운용사가 늘어나면서, 펀드 결성과 투자 집행 역량이 일부 상위사에 집중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업계 전반의 저변 확대보다는 경쟁력 있는 운용사 중심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초기 투자사인 페이스메이커스 조기환 부대표는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과 모태펀드·정책자금 구조 등 혁신적인 변화로 요구되는 전문성과 책임의 무게가 이전보다 확실히 커졌다"며 "그만큼 AC가 VC의 하위 개념이 아닌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독립적 주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