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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쿠팡규제·안보' 통합청구서 이어…'김정은 카드'로 전방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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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8.19 18: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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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달러 투자 이행 지연에 美 불만
2000억달러 전략투자·반도체 요구도 변수
쿠팡·이란 문제 이어 안보까지 협상 지렛대
美조야 “韓 위험한 게임”…동맹 신뢰도 흔들

[이데일리 김상윤 장병호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압박이 통상을 넘어 안보까지 번지고 있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약속의 이행을 재촉하고 쿠팡 규제에 불만을 쌓더니, 한국이 이란 문제에서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불만까지 문제 삼아 한미연합훈련 축소 카드를 꺼냈다.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밀어붙이며 서울의 안보 셈법까지 흔들고 있다. 투자와 기업 규제, 외교 협조, 군사훈련을 각각 별개 현안으로 보는 한국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사안을 하나의 협상 장부에 올려놓고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500억달러 재촉에 쿠팡까지…통상 불만 쌓인 워싱턴

가장 뜨거운 불씨는 대미 투자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며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에너지·첨단산업 등 전략 분야에 투입하는 구조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선정과 투자 방식 협의가 늦어지면서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약속 이행을 ‘슬로 워킹’하고 있다는 불만이 쌓이고 있다.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추가 미국 투자를 전략투자 패키지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선뜻 받을 수 없는 요구다. 대미 투자가 커질수록 국내 생산기반과 AI·반도체 투자 여력이 약해질 수 있어서다. 결국 미국은 ‘속도’를 요구하고, 한국은 국내 산업기반과 투자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셈이다.

대미 투자 합의에는 관세와 핵추진잠수함 문제도 맞물려 있다. 한국이 대규모 투자에 합의한 뒤 미국은 한국산 제품 관세를 15%로 묶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도 승인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실행도, 핵잠 사업도 아직 눈에 띄는 진전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한국이 약속한 투자의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불만을 키울 만한 대목이다.

쿠팡도 여전히 워싱턴의 신경을 건드리는 현안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미국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미국 기업 차별’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정부는 국내외 기업에 같은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쿠팡 문제를 단순한 개인정보 규제가 아니라 대미 투자와 함께 한국이 미국 기업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여기에 이란 문제까지 기름을 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 이란전에서 미국의 요청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곧바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 현안을 무역·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흔들어 보이는 것 역시 한국을 통상 문제에서 움직이게 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칸막이 없이 한 장부로 압박…“韓 위험한 게임”

트럼프식 계산법에는 ‘통상’과 ‘안보’라는 칸막이가 없다. 한국이 미국에 얼마나 투자하는지, 미국 기업을 어떻게 대하는지, 미국의 외교·군사적 요구에 얼마나 호응하는지를 모두 하나의 장부에 올린다. 투자와 쿠팡에서 쌓인 불만이 이란 문제를 거쳐 한미훈련과 북미대화까지 번지는 이유다. 한국이 한 현안을 풀었다고 안심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현안이 언제든 새로운 협상 카드로 튀어나올 수 있다.

실제 워싱턴에서도 이들 현안을 한 묶음으로 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인 한국계 영 김 공화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국 기업과 시민에 대한 대우를 포함해 한국 정부 아래서 진행 중인 문제들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방향을 바로잡고 미국을 중요하고 오랜 동맹으로 대우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더 거친 경고도 나왔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닉 스나이더 허드슨연구소 비상근 펠로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국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 문제에서는 미국을 돕지 않으면서 자국 안보를 위한 군사훈련 비용은 계속 미국이 부담해주길 기대할 수 없다는 취지다. 투자·기업 규제에서 시작된 불만이 이제는 동맹의 비용과 역할 분담 문제로까지 옮겨붙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간 사전 조율이 충분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발표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자도, 미국 정부의 관련 당국자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동맹의 핵심인 연합훈련이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흔들렸다며 ‘외교 참사’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현안의 득실보다 더 큰 위험은 한국의 협상 공간이 좁아지는 데 있다고 본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한국이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좌우하는 외교 과정에서 충분히 발언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적어도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미국이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한국인들의 믿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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