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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중립'이지만…국민연금, 고려아연 '최윤범' 손 들어줬다(종합)

김성수 기자I 2025.03.27 21:08:13

국민연금, 고려아연 제안 ''이사수 19명 제한'' 찬성
집중투표제, 주주별 ''최대 3%'' 의결권…최윤범 유리
양측 추천 이사 2명씩 선임…고려아연 인사 더 많아
외국계 기관 표심 ''주목''…"분쟁 장기화로 MBK 불리"

[이데일리 김성수 지영의 기자] 오는 28일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연금은 최 회장이 제안한 ‘이사 수 19명 제한’ 안건에 찬성했다. 또한 집중투표제로 부여된 의결권을 행사할 대상에 대해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와, MBK파트너스·영풍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각각 2명씩 동일하게 선임하기로 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에 10명 이사가 있는 만큼 같은 숫자가 선임돼도 고려아연 쪽 인사가 더 많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향후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처럼 장기화된 분쟁은 MBK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진=국민연금)
◇ 국민연금, 고려아연 제안 ‘이사수 19명 제한’ 찬성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27일 제6차 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서 제2-1호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작년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해 4.51%로 지분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안건은 MBK·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이 없음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17인 선임의 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홈페이지를 보면 회사 이사회는 총 18명 이사로 구성돼 있었다. △이사회 의장·사외이사(황덕남) △사내이사 3명(최윤범·박기덕·정태웅) △기타 비상무이사 2명(장형진·최내현) △사외이사 13명(김도현·김보영·이민호·권순범·서대원·황덕남·이상훈·이형규·김경원·제임스 앤드류 머피·정다미·이재용·최재식)을 합친 숫자다.

이 중 박기덕, 최내현, 김보영, 권순범, 제임스 머피, 정다미, 최재식은 이번 주총에서 새로 추천된 이사 후보에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0명 이사가 직무를 수행 중이다.

여기에 MBK·영풍 측이 새로 추천한 △사외이사 권광석, 김명준, 김수진, 김용진, 김재섭, 변현철, 손호상, 윤석헌, 이득홍, 정창화, 천준범, 홍익태, 김태성에 △기타 비상무이사 강성두, 김광일, 김정환, 조영호까지 추가 선임되면 총 27명에 이르는 거대 이사회가 탄생한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 18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에 관한 의견표명서’를 공시하고 “이사회가 지나치게 비대화될 경우 이사의 책임과 권한이 약화되고 이사회의 심의기능이 저해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 및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등의 권고를 반영해서 이사 수를 19인으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바, 제2-1호 의안에 대한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되면 이사회 이사가 19인 이하로 제한된다. 이사회 수를 늘리려는 MBK 측이 반대하는 안건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위해 안경을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양측 추천 이사 2명씩 선임…고려아연 인사 더 많아

다만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로 부여된 의결권을 행사할 대상에 대해서는 양측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와, MBK·영풍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각각 2명씩 균형있게 선임하기로 한 것.

이 안건(제3호)은 제2-1호 가결을 전제로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8인을 추가로 선임하는 내용이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고, 이를 원하는 후보에게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투표 방식이다. 이 제도는 지난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총 의결을 거쳐 도입됐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경우 MBK·영풍 연합보다 지분율이 낮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

최 회장이 일부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더 낮은 지분율을 보유하고도 MBK 측이 추천한 이사의 이사회 진입을 막을 수 있어서다. 이 경우 MBK 연합이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어도 이사회를 장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 안건과 관련, 집중투표제로 부여된 의결권(선임 이사수 x 보유주식수)을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는 후보인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권광석, 김용진 총 4인 후보에게 나눠 행사하기로 했다.

제임스 머피, 정다미 후보는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다. 반면 권광석, 김용진 후보는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다.

제4호 안건은 제2-1호가 부결돼서 정관상 이사 수 상한이 없다는 전제로 집중투표에 의해 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이다. 제4-1-1호 안건은 ‘이사 12인 선임의 건’이며, 제4-1-2호 안건은 ‘이사 17인 선임의 건’이다.

국민연금은 ‘이사 12인 선임 안’에 ‘찬성’, ‘이사 17인 선임 안’에 ‘반대’하기로 했다. 이사 17인 선임 안은 MBK·영풍 측이 제안한 안건이다.

고려아연 지난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사진=고려아연)
◇ 외국계 기관 표심 ‘주목’…“분쟁 장기화로 MBK 불리”

국민연금은 이번 수책위에서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에 10명 이사가 직무 수행 중인 만큼 동일한 숫자가 선임돼도 고려아연 측 인사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책위는 이사 수 상한이 있을 경우에는 신규 이사로 고려아연 측 2명, MBK·영풍 측 2명을 선임하기로 했다”며 “반면 이사 수 상한이 없을 때는 12명만 추가 선임하며, 이 경우 고려아연 측 2명과 MBK·영풍 측 2명에 각각 1명씩 더 포함시켜 양쪽 인사가 3명씩 균등하게 추천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만 “고려아연은 이미 기존 이사 10명을 확보한 상태”라며 “양쪽에서 각각 2명씩 되든, 3명씩 되든 표면적으로는 중립일지라도 실효적으로 중립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 표심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은 고려아연 지분 약 7%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처럼 장기화된 분쟁은 MBK에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영풍은 의결권 제한도 걸리고, 무엇보다 사모펀드 MBK가 지지기반인 만큼 이미 최 회장이 이긴 게임이라고 봐야 한다”며 “양측 경영권 싸움이 장기전이 된 만큼 해외 LP들 눈에도 MBK의 상황이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번 수책위에서 △제5-1호 감사위원회 위원 권순범 선임의 건 △제5-2호 감사위원회 위원 이민호 선임의 건 △제6호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서대원 선임의 건에 대해서는 ‘반대’하기로 했다.

각각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해서다. 제7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100억원)에 대해서는 보수금액이 경영성과에 연계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반대’했다.

그 외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에 대해서는,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전환되는 임의적립금 규모를 1조6689억2354만3430원으로 제안한 이사회 안에 ‘찬성’했다.

또한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중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의 건 등 나머지 안건에는 모두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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