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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댓글 하나에 '사형'…사우디 '신성모독' 판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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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10.06 17: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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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5년서 '샤리아' 적용해 사형 판결
사우디, 사형 집행 뒤 사후 통보 전례도
스리랑카 대통령·종교계까지 사면 호소
사우디 외국인 노동자 1000만명 '취약'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출신 20대 이주노동자가 페이스북 댓글 하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신성모독’ 혐의다. 스리랑카에선 대통령부터 종교 지도자들까지 나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 소속 병사들. (사진=AFP)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 소속 병사들. (사진=AFP)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스리랑카 법률대표단 4명이 이번 주 사우디를 찾아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아누잔 시바라사(24)의 현지 변호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17일 사우디 항소법원이 아누잔에게 사형을 선고한 데 따른 대응으로, 구명 노력의 일환이다.

사우디가 가족이나 외국 대사관에 알리지 않고 사형을 집행한 뒤 사후에 통보해 온 전례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당국은 공식적인 사형 집행 일정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대표단의 우풀 쿠마라페루마 변호사는 “두 로펌 변호사들과 사건을 논의하고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스리랑카의 한 힌두교 순례 행사에서 시작됐다. 지난 6월 말 한 무슬림 청년이 힌두교 순례자들을 따라가던 개를 발로 차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면서 온라인에서 종교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이용자가 힌두교 신을 비하하는 글을 올리자, 아누잔은 타밀어로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댓글을 달았다.

아누잔은 곧바로 댓글을 지우고 사과 영상까지 올렸다. 하지만 누군가 댓글을 캡처해 그의 고용주와 사우디 당국에 알렸고, 그는 지난 7월 체포됐다. 당국은 그의 개인 기기를 압수하고 SNS 계정도 삭제했다. 동생 함시단 시바라사는 BBC 싱할라어 방송에 “사우디 사람들은 이 일을 전혀 몰랐다. 형이 일하던 회사에 이메일을 보낸 건 스리랑카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아누잔은 당초 알아흐사 형사법원에서 징역 5년과 벌금 300만리얄(약 80만달러·약 10억7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감형을 요구한 항소는 기각됐다. 그러나 사우디 검찰이 사이버범죄법 대신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적용해 달라며 항소했고, 지난달 17일 항소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형량이 사형으로 높아졌다.

스리랑카는 충격에 빠졌다. 시민단체 청원이 잇따르고 여러 정당과 정부 기관이 외교적 선처 노력에 나섰다. 가족은 지난달 21일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을 만났고, 대통령은 사면을 얻어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불교와 힌두교 지도자들도 정부의 긴급 개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냈다.

가족과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다. 함시단은 지난달 28일 “형이 이틀째 전화를 하지 않는다”며 “대사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선 사형수가 개인 휴대전화를 쓸 수 없고, 통화는 교도 당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어머니 라사마니캄 요갈락슈미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잘못에 자비를 베풀어 달라. 용서하고 우리에게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인권단체들은 사우디가 온라인 발언에 가혹한 형벌을 내리는 데 대해 거듭 우려를 표해 왔다. 2023년 7월엔 퇴직 교사 무함마드 알가므디가 SNS 글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이후 징역 30년으로 감형되기도 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사우디의 외국인 노동자는 1000만명이 넘는다. 인권단체들은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언어 장벽과 법률 조력 부족으로 사우디 사법제도에서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사우디에서 신성모독으로 사형이 집행되는 경우는 마약이나 살인 사건에 비해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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