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원당(정제 전 설탕) 선물가격은 지난 7월 이후 25% 넘게 급등했다. 글로벌 설탕 가격도 올해 들어 18% 상승해 유엔 식품 원자재 가격 지수 구성 항목 가운데 식물성 기름을 제외하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설탕 가격은 5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고, 시장에서는 브라질의 대규모 작황이 글로벌 공급과잉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엘니뇨가 본격화하면서 수급 전망이 빠르게 뒤집혔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 전 세계에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현상이다. 이번 엘니뇨는 해수면 온도 편차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이른바 ‘슈퍼 엘니뇨’ 수준에 도달했으며, 올해 말께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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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는 과도한 강우로 사탕수수 수확과 압착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세계 2위 생산국 인도에서는 약한 몬순(우기)으로 생산량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태국 주요 사탕수수 재배지역은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10여년 만에 최악의 사탕무 수확이 예상된다. 이들 지역을 합치면 세계 설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XP인베스티멘토스의 상파울루 소재 식품·음료·농업 애널리스트 레오나르도 알렌카르는 “설탕은 엘니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원자재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는 “엘니뇨가 브라질 중남부의 사탕수수 생산성과 아시아의 수출 가능 물량을 동시에 위협하면 시장은 주요 공급 완충장치를 잃게 된다”며 “이는 대체로 글로벌 수급을 더 타이트하게 만들고 재고를 줄이며 설탕 가격을 지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설탕 가격 급등은 이미 글로벌 식품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설탕 가격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그린풀 커머더티 스페셜리스트의 에더 비에이토 최고경영자(CEO)는 “엘니뇨는 분명히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며 “설탕 생산 손실은 전반적으로 상당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엘니뇨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투기 자금도 설탕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설탕 선물 미결제약정은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헤지펀드들은 수년 만에 가장 강한 강세 포지션을 구축했다.
라보뱅크의 농산물시장 책임자 카를로스 메라는 “엘니뇨 효과에 많은 자금이 베팅하고 있다”며 투기적 포지션이 펀더멘털로 정당화되는 수준 이상으로 설탕 가격을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의 아르카디 게보르키안 애널리스트는 “악천후와 함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빠듯한 재고 상황”을 이유로 향후 12개월 동안 설탕 가격이 약 2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의 영향은 설탕에 그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의 쌀은 강수 부족에 취약하고,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농장은 건조한 날씨의 위협을 받고 있다. 커피와 팜유 역시 생산 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설탕 가격의 급등이 다른 농산물 시장의 공급 충격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