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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이 손잡고 온 엄마, 생면부지 외국인…이태원참사 조문 계속

김미영 기자I 2022.10.31 23:10:52

‘이태원 압사 참사’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31일 첫날 저녁에도 조문객 이어져
“나도 이태원에 있었는데…먹먹하다”
외국인들도 “다신 이런 일 없어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저도 그날 이태원에 있었어요. 운이 좋아 사고를 피한 거지, 모두 제 옆에 있는 친구들 같고 안타까워요. 이 분들이 잘못한 게 전혀 아닌데…”(20대 남성 김모씨)

핼러윈 축제를 앞둔 지난 29일 밤 154명 사망자가 난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엔 31일 저녁에도 조문객이 이어졌다. 이번 참사에서 가장 많이 목숨을 잃은 20대 또래들은 물론 아이와 함께 온 부모, 홀로 찾은 60대, 외국인 등 다양한 이들이 먹먹한 가슴을 안고 왔다.

김씨는 이날 분향소가 차려졌단 소식에 서울 강남구 수서 인근 직장에서 퇴근한 후 찾아왔다고 했다. 그와 함께 온 40대 남성 조모씨는 “세월호 때처럼 젊은 분들이 너무 많이 목숨을 잃어서 안타깝다”며 “핼러윈 데이라고 추억을 만들려고 간 걸 텐데, 기성세대나 일부 사람들이 ‘왜 거기 갔냐’고 하는 걸 보고 더 마음이 안 좋았다”고 했다. 이 둘은 “저녁 7시쯤 헌화하고 저녁밥 먹고 집에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인사하려고 들렀다”고 했다.

김모(37)씨 딸이 31일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에 손글씨편지를 쓴 액자를 들고 왔다.(사진=김미영)
김모(37)씨는 두 딸의 손을 잡고 왔다. 첫째 딸은 “사고로 돌아가신 언니오빠들 너무 슬퍼요. 제가 기도할게요. 편히 쉬세요”라고 손글씨로 쓴 편지를 액자에 담아 갖고 왔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이 세월호 사고 이후에 태어났는데… 고민을 하다가, 큰 딸애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아이들도 알 건 알아야 한다 싶어서 사실대로 설명해주고 같이 왔다”며 “이런 비극에 슬퍼하는 아이로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했다. 김씨는 퇴근 후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집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왔다가 헌화를 하고 다시 돌아갔다.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두 달 전 한국에 와 시내 한 대학교 한국어학당에 다니고 있다는 20대 중국인 여성은 “사고를 직접 겪진 않았지만 동영상과 중국 뉴스를 보고 너무 큰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며 “이런 사고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하루빨리 슬픔에서 벗어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어학당 친구인 30대 중국인 남성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사고에 너무 슬펐다”며 “오늘이 핼러윈 데이라 이분들을 배웅하러 왔다”고 했다.

인근 직장인들도 찾았다. 이동찬(27)씨는 “사고 영상을 보고 싶지 않아도 SNS로 보게 되더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돌아가실 때 무섭고 힘들었을텐데 곧 겨울이 오면 눈자락으로 가족과 친구에게 와서 미처 못한 인사를 전해달라고 방명록에 적었다”고 말했다.

네다섯 명씩 줄을 지어 헌화하고 방명록을 적은 조문객 더러는 쏟아지는 눈물을 닦으며 돌아나왔다. 이들이 적은 방명록엔 “저만 탈출한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쓰라려요, 하늘에서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언제나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 글이 적혀 있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는 이날 서울광장과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됐다. 국가애도기간인 다음달 5일까지, 오전 8시~밤 10시 운영한다.

3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사진=뉴스1)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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