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진 선거]술사고 뒷담화하다 덜미…부정선거 적발 733건 달해

조용석 기자I 2016.03.31 19:53:31

불법기부 146건 최다, 콘도 이용료 깎아줘도 처벌
흑색선전 입건 19대 127명서 334명으로 3배 가량 폭증

19대 국회의원 중에서는 11명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지난달 2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선관위에서 후보자들이 후보등록을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지만 자칫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선거법을 어겨 처벌을 받게 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19대 국회의원 298명 중에서는 11명(이재균·김근태·김형태·김영주·이재영·현영희·신장용·배기운·성완종·안덕수·박상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후보자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 뿐 아니라 국가가 지급한 선거보전금도 모두 반환해야 한다.

◇ 섣부른 기부는 재앙…故 성완종도 불법기부로 ‘당선무효’

중앙선관위가 지난 30일(선거 D-14)을 기준으로 집계한 불법선거유형 조치현황에 따르면 전체 733건 중 불법 기부행위와 관련된 조치가 약 19.9%(146건)로 가장 많다. 지난 19대 총선 14일전(2012년 3월 28일)에도 불법 기부행위에 대한 조치가 약 22%(1049건 중 231건)를 차지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후보자(후보자 예정자도 포함)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단체나 시설에 대해 일체의 기부행위가 금지된다.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도 마찬가지다. 후보자의 경우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사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불법 기부행위로 인정되면 당선무효형 아래인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의원 중에서는 충남 서산·태안 국회의원이었던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불법 기부금 때문에 의원직을 내놨다. 성 전 회장은 이사장을 맡고 있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충남자율방범연합회에 유류비, 현수막, 유인물, 간식 등의 비용으로 1000만원을 지원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성 전 회장에게 “국회의원 출마가 알려진 상태에서 선거구 내 영향력 있는 단체에 불법 기부금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500만원 확정판결을 내렸다.

서비스 이용료를 깎아주는 것 역시 불법 기부다.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최욱철 전 의원은 강원랜드 상임감사로 재직할 당시 고교 동문과 지역주민 등에게 강원랜드 콘도 이용료를 할인해 준 것이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당시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였고 콘도 객실 등 이용요금을 할인 또는 면제해준 것이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며 벌금 300만원을 확정했다. 최 전 의원은 “후보가 되려고 하는 자의 기부행위까지 제한한 공직선거법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이마저도 패소했다.

(자료제공 = 중앙선관위)
◇ 의혹도 의혹 나름…근거 없는 상대 비방은 ‘금물’

대검찰청에 따르면 3월 28일 현재 허위사실공표 등 이른바 흑색선전을 하다가 입건된 사람이 334명에 달한다. 19대 총선 전 같은 시점에 흑색선전으로 인한 입건자수가 127명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배 가까이 폭증했다.

공직선거법은 상대후보나 상대후보의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혹은 후보자 혹은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기재하는 행위를 모두 처벌한다.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로 출마해 당선됐던 홍장표 전 의원은 선거운동 중 한나라당 이진동 후보에 대해 “나이 마흔을 갓 넘은 사람이 재산이 33억원이나 된다. 나이 마흔에 재산이 33억, 기자 하면서 누가 장난치지 않았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 말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홍 전 의원은 벌금 500만원이 확정돼 당선 1년 2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반납했다.

재산을 줄여서 신고하는 것 역시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했던 정국교 전 의원은 후보 재산 등록과정에서 차명 지분과 주식매각 대금 등 약 125억원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법원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고 정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20대 총선을 50일 앞둔 지난달 23일 재외공관 선거 영사들이 투표소 설치 실습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선거사무장·가족 때문에 ‘당선무효’ 빈발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장·선거 사무소 회계책임자 그리고 후보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이 불법 기부 행위 등을 저질러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 당선이 무효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함께 한 이들에 대한 연대책임을 후보자에게 부여한 것이다.

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던 김호일 전 의원의 아내 이모씨는 2000년 남편의 선거사무실에서 선거사무원에게 ‘유권자들에게 주라’며 17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이 아내 이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확정하면서 김 전 의원은 의원직을 잃었다.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안덕수 전 의원은 회계책임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탓에 의원직을 내놨다.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허모씨는 불법 컨설팅 비용을 쓰고 선거비용 제한액을 3000만원 초과 지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가 확정됐고 결국 안 의원도 당선 무효가 됐다.

이외에도 △사전선거운동 △미신고 선거 운동원에게 보수지급 △선거에 관한 기사를 게재한 신문·잡지 등 간행물을 무료 배포하는 행위 △선거운동을 위한 산악회·조기축구회 등 사조직 설립 등도 모두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후보자들은 불법 기부, 허위사실공표 등 흑색선전,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행위 등 중대 선거 범죄를 저지를 경우 당선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는 지역 선관위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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