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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김봉진도 '통 큰 기부'…나눔도 앞서가는 IT 젊은 부호들

전재욱 기자I 2021.02.18 17:55:42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의장 부부 “재산 절반 이상 환원”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소속한 단체 가입하고 선언
작년 회사 매각으로 자산 1조원 돌파하고 전격 결정
김범수도 재산 절반 기부하고자 단체 가입 추진
IT업계 자수성가 창업가 중심 기부 문화 확산 행렬

[이데일리 전재욱 노재웅 기자]‘섬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회사를 세워 일군 개인 자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선언했다. 날 때부터 ‘금수저’가 아닌 자수성가형 ‘흙수저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후한 평가가 뒤따른다. 최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이어 김 의장까지 정보통신(IT)을 기반으로 일어선 젊은 부호들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서 재계 전반에 묵직한 파동이 일고 있다.

김봉진(오른쪽)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설보미씨 부부.(사진=우아한형제들)
◇ ‘부는 나눌 때 빛난다’

18일 세계에서 권위 있는 기부단체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홈페이지에 김봉진 의장 부부를 219번째 회원(부부나 가족은 1인으로 침)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선도해서 만든 이 단체가 회원으로 받아들인 한국인은 김 의장 부부가 처음이다.

김 의장은 기부 선언문에서 ‘저와 저의 아내 설보미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부서약은 제가 쌓은 부(富)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 신의 축복과 운, 수많은 분들의 도움 덕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의미이다. 존 롤스의 말처럼 부는 나눌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고 했다.

2010년 발족한 이 단체에 회원이 되는 길은 까다롭다. △자산 규모는 10억 달러(1조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자산 형성 과정은 투명하고 정당했는지 △기부는 선의와 진정으로 하려는 것인지 △주변에서 인물에 대한 평판은 어떤지 등을 두루 거쳐야 한다. 돈이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의장이 자산 허들을 뛰어넘은 것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한 덕이다. 우아한형제들을 딜리버리히어로(DH)에 성공적으로 매각하면서 대금 40억 달러와 딜리버리히어로 지분 4010만주, 현금 19억 유로(2조 5000억원)를 받았다.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김 의장의 회사 지분 9.8%에 따른 매각 대금 약 4300억원과 지분에 따라 받은 DH 주식과 현금을 합해서 자산이 1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자산을 형성한 과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국내 1세대이자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세워 일으킨 점이 좋은 점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의장이 서약서에서 ‘섬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고 밝혔 듯이, 원래부터 부자가 아니라 무일푼에서 시작해 자산을 일군 과정이 귀감이 될 만했다.

단체는 기부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우아한형제들의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높게 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로 10년째 매일 아침 우유를 문앞에 배달하고 쌓이면 안부를 확인하는 데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려는 김 의장의 인식이 드러났다. 우아한형제들 투자자인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와 골드만삭스PIA 한국 부문 이재현 대표가 적극적으로 김 의장의 의지를 단체에 추천했다. 아울러 그가 2017년 100억원을 기부하고 실행에 옮긴 것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

아직 기부의 정확한 규모와 시기, 대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규모는 ‘재산 절반 이상을 환원’하기로 한 데 비춰 최소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기부금 절반(50억원)을 장학 사업에 할애한 점과 이번 선언문에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을 언급한 점에 미뤄 첫 번째 기부는 교육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카카오)
◇ IT 자수성가 기업인 기부 행렬

IT 분야에서 자수성가한 기업인의 기부라는 측면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례와도 닿아 있다. 김 의장은 이달 8일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 의장과 마찬가지로 더 기빙 플레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산은 주식 평가액만 10조 원이 넘어 총 기부액은 5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에서 5조원을 기부하겠다고 한 사례는 없다. 한국 기부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미국에선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기부왕’이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두 사람의 이번 재산 환원 계획은 한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결정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 새로운 기부 모델을 확산시킬지 주목된다.

두 의장 외에도 국내 1세대 IT 기업 리더들은 자산 기부와 사회적 책임에 초점을 둔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 중이다.

김범수 의장과 함께 1세대 벤처 창업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정주 넥슨 대표,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은 2014년부터 ‘C프로그램’이라는 기부 펀드를 조성해 매년 10억원씩 교육혁신사업을 지원해왔다.

김정주 넥슨 대표의 경우 지난달 26일 사재 100억원을 기부해 어린이병원 건립에 힘을 보탰다. 이 역시 보통 기업가들이 사회공헌 재단을 세워 기부하는 모습과 대비되는 행보다.

김 대표는 특히 어린이병원 건립에 관심이 많다. 서울 상암동의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지난 2014년 넥슨이 기부한 돈으로 지어진 것이다. 국내 최초의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인 대전 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내년에 개원할 예정이다.

“기업은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말을 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꾸준히 기부 경영을 실천 중이다. 지난해 기부금은 151억원으로 국내 게임기업 중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또 최근 3년간 평균 세전 이익의 1%를 NC문화재단에 기부금으로 출연하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이사회 의장은 최근 서울 구로에 신사옥 G타워를 건립하면서 구내식당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주목받았다. 신사옥에 입주하는 70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도록 해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방 의장은 또 이사장으로 역임 중인 사회공헌재단 넷마블문화재단을 통해 장애인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장애인권 및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동화책 ‘어깨동무문고’를 발간하며 장애 인식개선에 기여했고, 지난 2019년에는 게임업계 최초로 ‘장애인선수단’을 창단하는 등 장애인의 자립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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