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하라” “회장 이사회서 나가라”…더 거세진 행동주의

김경은 기자I 2026.02.13 14:44:35

주주서한·주주제안 잇따라…상법 개정에 공세 수위↑
트러스톤, 태광에 “자진 상폐하라” 강도 높게 비판
KCC에는 “삼성물산 지분 매각하라…주주가치 훼손”
얼라인, DB손보·에이플러스에셋·덴티움·가비아 압박
“주총서 안건 통과 않더라도 거버넌스 개선 촉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상장사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상법 개정이 행동주의 펀드의 우군으로 작용하면서 공세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배당 확대와 이사회 개편은 물론 자진 상장폐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이프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은 최근 상장사를 상대로 공개 주주서한,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다. 팰리서캐피탈 등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들도 가세하며 상장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트러스톤은 전날 태광산업(003240) 이사회를 상대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다음 달 정기 주총 안건으로 태광산업의 자진 상장폐지 등을 담은 주주제안도 상정했다. 태광산업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이 0.2배,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1%대에 불과하며 이사회의 지배주주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게 트러스톤 측의 주장이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은 시가총액의 2.4배에 달하는 투자자산과 4배에 달하는 자본을 보유하고도 주주 가치를 철저히 외면해 왔다”며 “회사가 상장사로서 의무를 다할 의지가 없다면 차라리 소수주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상장 폐지하는 것이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을 위해 나은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트러스톤은 지난 11일에도 KCC(002380) 이사회에 삼성물산 주식 유동화와 자사주 소각 등을 골자로 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삼성물산 지분 약 4조9000억원은 즉각적인 유동화가 가능한 비핵심 자산임에도 고금리 차입금을 유지하면서 이를 보유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일주일 사이 DB손해보험(005830), 에이플러스에셋(244920), 덴티움(145720), 가비아(079940) 이사회에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이들 회사의 기업 거버넌스가 취약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지배주주가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경영에 직접 관여하며 이사회의 독립적인 감시·견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독립이사 선임과 전원 독립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에이플러스에셋에 대해서는 최대주주인 곽근호 회장이 중복으로 맡고 있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곽 회장의 과도한 이사 보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회장의 2024년 지급보수액이 9억8500만원으로 전체 이사·감사에 대한 보수지급총액의 71%가 쏠렸다는 점에서다. 이는 등기이사 1인당 평균 지급보수액의 8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전날 BNK금융지주(138930)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 등을 주주제안했다. 영국계 행동주의인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051910)에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약 10%를 매각하고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것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상정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올해 주총에서 행동주의가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을 상대로 주총 표 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주주제안이 안건 통과나 가결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 같은 주주행동이 거버넌스 개선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상법 개정 후 첫 주총을 앞둔 만큼 행동주의의 행보가 양적, 질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당장 주총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행동주의가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건 올바른 방향이며 결국 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트러스톤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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