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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6시 기준 의성 산불의 진화율은 68%로 산불 현장에는 며칠째 강한 바람이 계속돼 진화 속도가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산불은 발생 초기부터 순간풍속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며,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22일 안평면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불은 옥산면과 점곡면 등 의성군 동부를 지나 24일에는 안동 길안면, 남선면, 임하면 등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상승기류 타고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현상이나 불기둥에서 떨어진 불씨가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명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飛火)’ 현상이 목격됐다.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에도 진화작업이 계속됐지만 풍향이 수시로 바뀐 탓에 산불은 동쪽과 북쪽 양 갈래로 나뉘어 겉잡게 수없이 번져나갔다.
25일 오후에는 의성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이 번지기 시작해 한 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병산서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지기도 했다. 의성군 옥산면에서 안동 길안면 방향으로 번지던 불은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촬영지로 잘 알려진 만휴정과 근처 묵계사원을 삼킨 뒤 계속 동진했다.
이번 불로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한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가 불에 타는 등 문화재 소실도 잇따랐다. 25일 오후 4시 50분경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불에 탔다. 신라 신문왕 1년(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경북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이다.
보물 제2078호로 단청이 유명한 고운사 연수전도 불에 탔다. 다만 고운사가 소장 중이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산은 화마가 덮치기 전 다른 곳으로 옮겨져 소실을 면했다. 크게 확산하는 산불로 고속도로와 국도에 이어 철도 교통까지 통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진화헬기 등 가용 가능한 공중 및 지상 진화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확산을 차단하면서 주불진화에 주력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