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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김혜숙호(號) 새출발 한 날…최경희 전 총장 5년 구형

김보영 기자I 2017.05.31 18:55:09

김혜숙 총장 31일 취임식서 정유라 사태 공식 사과
신뢰·소통·투명성 강조…이화 새 출발 약속
최경희 전 총장 징역 5년 구형…특검 "거짓 변명 일관"
학생들 "비리로 얼룩진 이화의 자부심 찾아달라"

(왼쪽부터)이화여대 창립 131주년인 31일 오전 취임식에 참석한 김혜숙(63) 신임 이대 총장과 결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최경희(55) 전 총장, 검찰에 체포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정유라(21)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김혜숙(63) 이화여대 제16대 신임총장은 ‘소통’과 ‘구성원 간 신뢰’, ‘투명성’을 핵심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이화여대를 뒤흔든 학사 불통과 입시·특혜비리의 잔재를 걷어내고 원래의 이화를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 비리 소용돌이의 중심에 섰던 최경희(55) 전 총장은 같은 날 사법당국의 심판대에 섰다.

◇ 김혜숙 신임 이대 총장 “남이 걷지 않은 길 걷겠다”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교내 강당에서 열린 ‘창립 131주년 기념식 및 제 16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3000여명의 학생과 교수 등 구성원들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김 신임 총장의 취임을 지켜봤다.

취임사를 위해 붉은 색 총장 가운을 입고 단상에 오른 김 신임 총장은 “지난해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며 “신임 총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이화에 보여준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 전 총장이 지난해 10월 19일 평생단과대학(미래라이프) 학내 점거 농성 사태와 정유라씨의 입학 및 학사 특혜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후 225일 만에 이루어진 신임 총장의 공식 사과였다.

그는 정유라씨 특혜 비리 등 국정농단 사태로 번진 촛불 집회의 의미와 정신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장은 “전국에 퍼져 나간 촛불의 열기는 한국 최초 근대 여성 교육을 펼치며 시대를 이끈 이화 정신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증명한다고 믿는다”며 “여전히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를 해결할 힘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걷는 데서 나온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변화를 위한 1차적 핵심 과제로 학사 운영 시스템 개선을 꼽은 김 총장은 “예측가능할 뿐만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겠다”며 “연구 환경과 교육, 행정이 상충하지 않게 구성원들 간 신뢰 문화구축에도 특히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 특검 최경희 전 총장에 ‘이대 비리’ 5년 구형

같은 날 오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수정) 심리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씨의 학사 특혜 사건 결심 공판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전 총장에게 징역 5년을,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은 재판이 종결되는 순간까지 거짓 변명을 하기 급급했다”며 “오히려 새로 취임한 이대 총장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실정이다. 피고인들은 이번 일의 원인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등 공범 혐의를 받던 정유라(21)씨가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송환되는 날기도 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총장의 취임을 적극 반겼다. 이날 이대 교내에는 ‘총장님 응원합니다’ ‘총장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포스트잇과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중문과에 재학 중인 한 재학생은 “우리 손으로 총장이 뽑혔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럽다”며 “총장님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책을 펴 비리로 얼룩진 이대의 자부심을 되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한 교수 역시 “취임식을 시작으로 투명, 소통의 이화가 재확립되길 바란다”며 “김 총장이 지난해 학내 구성원들이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학교를 바로세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총장은 교내 첫 직선제 선거에서 본투표와 결선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26일 신임 총장으로 최종 선임됐다. 지난 1886년 개교 이래 최초로 교수와 직원, 학생, 동창 등 모든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치러졌다.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 점거 농성과 정유라씨 학사 특혜 파문 등에서 줄곧 학생 편에 섰다. 학생들과 교수의 합동 시위로 최 전 총장 사퇴를 이끄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만 63세인 김 총장은 올해 초 마련된 이사회의 총장 선출안에 ‘임기 중 교원 정년(만 65세)에 이르지 않는 학내 인사’만 총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당초 입후보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특정 교수의 출마를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학생 측 반발로 규정이 철회되면서 당선까지 이를 수 있었다. 임기는 2021년 2월 2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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