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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는 그만…‘ICT 발의법 73%’가 규제하자는 법

김현아 기자I 2021.02.18 17:40:22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화는 적반하장
규제안하면 불안한 국회
가장 나쁜 20대 국회 법안은 '타다금지법'
청부 입법 관행도 문제…정부 내부 의지 중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가지치기(출처: 이미지투데이)


“가지치기의 목적은 선하죠. 하지만 가지치기를 하는 순간 그 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규제 역시 마찬가지죠.”

구태언 규제개혁당당하게 활동가(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18일 열린 ‘대한민국 ICT 규제 대변혁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북 고창군 성송면 화성농장에서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한 농부의 사연을 설명하면서 “가지치기로 규제하지 않고 유기농 재배와 토양 관리로 아름드리 나무를 키운 분”이라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구 활동가는 “우리나라는 100만 명의 반 정부 시위대가 사상자 없이 평화 집회를 하는 자치의 나라”라면서 “마치 그냥 놔두면서 토양 관리만 해주면 4천 송이의 포도가 열리는 것처럼 하이퍼커넥트 2조, 배민 5조, 쿠팡 55조 대박 신화를 꽃피워낸 나라인데, 규제가 시민자치의 영역으로 바뀐다면 이런 대박 신화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독 ICT 분야는 지나친 가지치기(규제)가 횡횡한다는 의미다.

네이버 출신 윤영찬 의원도 토론회 공동 주최

이 토론회는 국회 과방위 소속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경인교대 입법학센터(센터장 심우민 교수), 규제개혁 당당하게(대표활동가 구태언 변호사)와 함께 주최자로 참여했다.

윤 의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규제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입법 활동을 할 필요가 있으며, 과방위 초선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공허한 규제 개혁 외침보다 ICT 강국을 만들기 위한 국회의 변화를 이끌도록 노력하겠다”고 환영사를 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 쏟아내는 정부와 국회(출처: 구태언 활동가)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화는 적반하장

그는 사전규제로 산업이 망가진 사례로 △클라우드 △킥보드 같은 개인이동장치(퍼스널모빌리티)△IT분야 정부 인증제 등을 꼽기도 했다.

구 활동가는 “세상은 서비스가 코드에 의해, 플랫폼에 의해 이뤄지는 시대여서 시민자치를 하기 쉬워지고 있는데 규제는 그렇지 않다”며 “(공정위와 방통위가 다투는)온라인 플랫폼법만 해도 코로나19시대에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플랫폼들이 전자상거래로, 새벽배송으로 세상에 도움을 줬음에도 칭찬은 못할망정 폐해가 가시화되지도 않았는데 매질부터 하려 한다.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정위가 법추진 근거로 드는 실태조사는 지난 6월에 진행했는데 코로나 시국이 시작된 지 불과 5개월 밖에 안된 시점에서 제대로 실태를 조사했다고 볼 수도 없다. 방통위 역시 국내 실태 조사 없이 미국 빅테크 기업의 점령을 막기 위해 플랫폼 규제를 유일하게 도입한 EU나 일본 사례만 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종 플랫폼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당장의 규제보다는 정부는 플랫폼으로의 이주 대책(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고, 충분히 확장된 이후에 부작용이 확인되면 규제해도 늦지 않다는 의미다.

규제 안하면 불안한 국회…20대 국회 발의법 73%가 규제법

먼가 잘 될 것 같으니 불안하니 앞서 규제하자는 생각은 20대 국회 입법 동향에서도 드러난다. 국회 입법조사처 출신인 심우민 경인교대 입법학센터 센터장(교수)은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815건의 주요 ICT 법안을 분석해보니 73%가 규제법안이었고, 규제법안 중 의원발의 법안은 92%인 것으로 나타나 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규제에 집중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가장 나쁜 20대 국회 법안은 ‘타다금지법’

심 교수가 입법지원기구, 공공기관, 기업, 시민단체, 학계 등 전문가 30명의 패널에게 물어본 결과, 20대 국회 ICT 입법중 가장 나쁜 법안은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가장 좋은 법안은 ‘공인인증서폐지법(전자서명법 개정안)’이 꼽히기도 했다.

가장 나쁜 법으로는 △타다금지법 △가짜뉴스방지법 등이 가장 좋은 법으로는 △공인인증서폐지법 △규제샌드박스도입법 등이 꼽혔다.

그는 “전문가 패널들은 타다금지법은 외부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한 듯 보였지만 회의록을 보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에 ‘사업자와 협의했나?’라고 묻기만 한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ICT 입법중 가장 좋은 법안과 가장 나쁜 법안(출처: 심우민 교수)


청부 입법 관행도 문제…정부 내부 의지 중요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의원 입법 총랑이 정부 입법에 비해 남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른바 청부입법 관행때문”이라며 “정부 발의는 관계기관 협의, 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 지난하지만 의원 입법은 10여명이 서명만 받으면 되기에 의원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내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김준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장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개선할 때 해외 사례를 레퍼런스 삼는 경우가 많은데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내용만 따오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복지부나 국토부 등 소위 규제를 많이 들고 있는 부처들이 비판을 많이 받는데 일선 공무원들이 뭔가를 바꾸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혜관계자들의 반대에 대한 책임 문제로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주춤한 경우도 있다.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 제도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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