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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번째 발제를 맡은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외국 리걸테크 기업은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반면, 국내 리걸테크 업체들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미국의 리걸테크 업체 ‘하비’(Harvey)는 지난해 골드만삭스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1조원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아울러 법률 AI 스타트업 케이스텍스트(Casetext)는 톰슨로이터에 6억5000만 달러(약 8824억원)에 인수되기도 했다.
엄 이사는 “(외국의 사례와 달리)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척박한 편이다. 국내 리걸테크 사업 중 로앤컴퍼니가 가장 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유니콘 기업은 아직 언감생심이고, 유니콘 단계에 있는 기업도 1개밖에 없을 정도로 아직 발전이 많이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리걸테크 업체들이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있는 배경엔 ‘규제 최소화’가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과 독일의 경우에는 리걸테크의 소유지분 및 투자의 방법 등에 대해 변호사법의 보수적인 해석을 넘어 서비스 범위를 넓게 해석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미국 변호사협회(ABA)는 법률 시장에 생성형 AI 사용이 활발해지자 선제적으로 AI 윤리지침을 담은 ‘포멀 오피니언(Formal Opinion) 512’을 발표하기도 했다. AI를 비롯한 리걸테크를 향해 징계를 남발하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게 정 교수 지적이다.
정 교수는 현재 리걸테크 산업 활성화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발의된 법안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현재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리걸테크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기 위해서라도 허가가 아닌 인가로 낮추는 걸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만일 허가를 유지한다고 하면 사업자를 위한 ‘간이심사제도’ 등도 도입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과정에서도 규제가 최소화돼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서울고검장 출신의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일정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영역규제 샌드박스로 남겨두는 방안은 어떨까 생각해본다”며 “법률서비스의 빠른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우선으로 하되 규제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윈윈’(win-win)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리걸테크 업체 중 하나인 로앤굿의 민명기 대표는 “산업의 성장이 먼저고, 그 이후에 규제가 뒤따르는 것이 맞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국내 리걸테크 분야가 과연 제대로 성장해 하나의 ‘산업’이 될지 아직 알 수 없다”며 “특히 허가제 및 자본금 등 허가요건은 국내 리걸테크 산업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