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유업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감산 합의 실패 이후 경영상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국경 내·간 이동이 제한되면서 자동차 관련 휘발유·경유와 항공유 수요가 큰 폭으로 줄면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정제마진은 -1.1달러로 2주째 0을 밑돌았다. 국내 정유사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달러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2월 셋째 주부터 6주째 역마진을 기록하는 셈이다. 원유를 가공해 휘발유, 경유 등을 생산해도 외려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096770) 계열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부터 15%가량 가동률을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말 정제공장 가동률을 90% 수준으로 내렸다. 에쓰오일(S-OIL(010950))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준비하고 현대오일뱅크가 임원 급여 20% 반납키로 하는 등 경영상 빨간불이 켜졌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인 바리(Bahri)가 이달 증산과 관련해 유조선 용선 계약을 체결하는 등 증산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4·5월 국제유가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점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정제마진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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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KPMG는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에 따른 산업별 영향 분석’에서 “미국·유럽에서의 폴리에스터 수요가 부진해 나프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비해 세계 석유화학 수요 30~4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전방산업 공장 가동률이 점차 오르고 있어 화학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제마진 악화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운영하는 석유화학업체로선 저가 원료를 골라쓸 수 있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원가 절감이 예상되는 석유화학업체의 실적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