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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옆동네는 불타는데…합천군, 마라톤대회 강행 '논란'

김민정 기자I 2025.03.27 19:21:53

군 "사전 참가 신청받아 조정 어려워"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형산불이 확산하면서 주변 지자체들이 준비했던 축제를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가운데 경남 산청군과 인접한 합천군이 오는 30일 예정된 ‘벚꽃마라톤대회’를 열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합천군은 27일 ‘제2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 대회 준비 이상 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군은 “최근 산불 등으로 인해 대회 개최 여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대회를 예정대로 정상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벚꽃마라톤대회 (사진=합천군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인근 지자체에서 대형산불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황임에도 대회를 강행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이 번진 하동군과 소속 진화대원과 공무원이 숨진 창녕군은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고, 봉화군과 통영시, 남해군 등도 예정된 지역 봄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산청과 비교적 거리가 떨어진 통영시와 남해군 등도 이번 주 예정된 지역 봄 축제를 산불 예방과 대응 준비 등으로 미룬 바 있다.

양산시도 오는 29일과 30일 열기로 한 ‘2025 물금벚꽃축제’를 전면 취소하기로 했다.

합천군청 누리집 ‘군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마라톤대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게시됐다.

(사진=합천군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마라톤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고 소개한 한 시민은 ‘합천 벚꽃 마라톤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에서 “대회를 준비해오신 분들의 노고와 참가자 기대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선 한순간에 집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울부짖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를 강행하는 건 합천군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글쓴이는 “지금 대한민국이 산불로 초상집 분위기인데 마라톤대회가 말이 되는 건가요”라며 “마라톤이야 다음에 해도 되는데, 제발 하지 맙시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마라톤과 관련한 글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합천군은 축제 일부는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군 관계자는 “당장 2~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회를 취소 또는 연기하기가 어렵고, 다른 지자체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여는 대회가 아닌 사전 참가 신청을 받았기에 일정 조정이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산불 상황을 고려해 축포 쏘기나 치어리더 공연 등은 없애 대회를 축소해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천벚꽃마라톤대회는 황강변을 따라 벚꽃길을 달리는 대회로 올해로 24회째를 맞았다.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1만3000여명이 사전 참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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