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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31일 퇴직연금 실물 이전 시행 하루 전인 이날까지 참여 금융기관이 모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31일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는 사업자는 총 37개사로 이들의 실물 이전 대상 적립금 비중은 전체 대상 적립금의 94.2%에 달한다.
37곳 회사의 전산망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하지만 현재 상당수 금융사의 전산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같은 제도 내 상품인 ‘확정기여(DC)형’끼리 은행과 증권사 간 이전할 수 있지만 애초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사용하는 표준 전산 언어가 달라 같은 상품의 이전도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의 테스트 과정에서 이전을 진행했는데 수관 회사 전산에 아무것도 안 뜨는 때도 있고 금액이나 상품이 다르게 뜨는 일도 있었다”며 “30개가 넘는 곳이 다 엮여 있어서 한 곳만 잘못되면 다 멈추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는 신탁 상품 비중이 작아 이전 요청이 많지 않으리라 예상하고 있지만 증권사와 전산 시스템상 정합성을 맞춰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류가 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실물 이전을 지난 15일에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전산시스템 오류 탓에 31일로 늦췄다. 퇴직연금 이전 전산 담당자들은 현재 밤샘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전산 오류 시 수작업으로라도 이전 서비스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사별로 전산 환경이 다 달라 테스트 중에 오류가 속출하고 있는데 시행 당일이 걱정이다”며 “시작부터 엄청난 ‘머니 무브’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하지만 시스템 안정화에 수개월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고 우려했다.
◇은행·증권사, 고객잡기 경쟁 치열
퇴직연금 실물 이전은 기존 퇴직연금을 해지하지 않고 다른 금융사로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사업자로 바꾸려면 기존 상품을 해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중도해지 비용과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입자 손실이 줄면서 더 나은 수익률과 서비스를 좇아 대대적인 자금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가입자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연금 운용을 원하면 은행, 높은 수익률을 원하면 증권사나 보험사로 이전할 수 있다. 이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은행·증권사를 중심으로 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져 왔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절차는 이렇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새롭게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퇴직연금사업자(수관 회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후 이전신청서를 접수한다. 가입자의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사업자는 실물이전 가능 상품목록 등 유의사항을 가입자에게 안내, 가입자의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친다. 이 과정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중개를 통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