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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리더가 먼저 배워라[문성후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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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5.12 12:00:05

■조직문화를 깨우는 리더십 인사이트(53)
AI 중요하다 말하면서 배우지 않으면 위험
지시가 아닌 실천이 조직을 움직인다

[문성후 경영학박사·외국변호사]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고사성어를 아십니까? 수레의 끌채는 남쪽을 향하고 있는데, 정작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가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음과 행동이 정반대로 향하는 모순, 의도와 결과가 충돌하는 아이러니를 이보다 더 선명하게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요? 요즘 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과 관련하여 이 남원북철의 장면을 참으로 자주 목격합니다. 그것도 현장 직원이 아니라,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는 리더들에게서 말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 이야기를 드리려 합니다.

“AI, 물론 중요하죠. 근데 우리 업무에 맞는 게 있을까요?” 회의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AI가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는데, 막상 그 중요성을 체감하는 수준이 피상적입니다. 신문 기사에서 읽은 챗GPT 이야기, 유튜브에서 스쳐 본 클로드 시연 영상, 누군가 카톡으로 보내준 AI 활용 사례 캡처 이미지. 이 정도가 많은 리더들의 AI 경험치 전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얕은 이해 위에, 깊은 기대를 쌓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팀도 AI 써봐요. 업무 효율 높여야죠.” 이 한마디를 던져놓고 리더는 다시 보고서 검토로 돌아갑니다. 지시는 남쪽을 향하지만, 조직의 바퀴는 북쪽으로 굴러갑니다. 아니, 사실은 그 자리에서 멈춰 있습니다.

AI의 중요성을 진심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AI 좋은 거 알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먼저 배우겠다는 결단입니다. 내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옳다고 믿어온 업무 방식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용기입니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이 이 지점에서 멈춥니다. AI가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배우기에는 바쁘고, 직접 써보기에는 어색하고, 잘못 알려졌다가 망신당할까 봐 두렵습니다. 그러니 AI를 직접 이해하고 활용하는 대신, 부하직원에게 맡기거나, 외부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컨설팅을 받는 방식으로 ‘우회’합니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의 남원북철입니다. 수레에 탄 사람, 즉 리더는 분명 ‘AI 활용’이라는 남쪽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그 리더가 AI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우지 않고, 직접 써보지 않으니, 조직의 수레바퀴는 결국 북쪽으로 구릅니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모순된 메시지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저 분이 AI를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가?”

리더십의 언행불일치는 조직에 불신을 심습니다. 그리고 그 불신은 AI 도입 실패의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됩니다. 배움 없는 지시는 공허합니다

한 중견기업 임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AI 도입에 예산을 수억원 투자했고, 전 직원 대상 AI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그 교육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방향만 잡으면 되지, 직접 배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구성원들은 AI 툴을 써봤지만, 실제 업무에 연결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리더가 어떤 방식으로 AI를 업무에 통합하기를 원하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판단 기준으로 AI 결과물을 평가할 것인지를 아무도 알 수 없었으니까요. 리더가 AI를 모르니, 제대로 된 방향 설정도, 적절한 피드백도 불가능했습니다. 수억원짜리 AI 도입은 그렇게 흐지부지됩니다. 이것이 배움 없는 지시의 민낯입니다. 리더가 먼저 배워야 합니다

AI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황이든 호황이든, 이 흐름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제대로 올라타느냐입니다. 그러려면 리더가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직접 프롬프트를 써보고, 결과물을 검토하고, 어디서 AI가 탁월하고 어디서 한계를 드러내는지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에게 제대로 된 방향을 줄 수 있고, 그래야 AI 도입이 공허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집니다.

AI를 배운다는 것이 코딩을 배우라는 뜻이 아닙니다. 거창한 자격증을 따라는 뜻도 아닙니다. 매일 하는 회의 안건을 AI로 정리해보는 것, 보고서 초안을 AI에게 먼저 맡겨보는 것, 복잡한 데이터 해석을 AI와 함께 시도해보는 것, 이런 작은 실천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수레가 남쪽으로 가길 원한다면, 끌채만 남쪽으로 향해서는 안 됩니다. 바퀴도, 그 바퀴를 굴리는 사람도 남쪽을 향해야 합니다. AI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배우지 않는 것, AI를 활용하라고 지시하면서 스스로는 쓰지 않는 것, 이것이 오늘날 가장 위험한 리더십의 모순입니다. 구성원은 리더의 말보다 리더의 행동을 봅니다. 리더가 AI 앞에서 배우는 자세를 보일 때, 조직이 움직입니다. 리더가 직접 AI를 업무에 녹여낼 때, 구성원도 따라옵니다. 수레를 남쪽으로 모십시오. 말로만이 아니라, 발로, 손으로, 그리고 매일의 실천으로 구성원을 움직이게 하십시오. 그것이 AI 시대에 리더가 조직에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킥(Kic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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