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군 인사들과 국경 요새화 현장 시찰 화력부대 배치 공개하며 군사적 대응 위협 남북 MDL 인식 차이에 우발적 충돌 우려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국경 영구화’ 공사 현장에 군부 핵심 인사들을 보내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실제 위협이 발생하면 즉시 반격하겠다고 경고하고, 새로운 화력부대의 사격진지 배치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 이후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경고사격이 실제 교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박정천 국방성 고문이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장,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비서,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남부 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당과 군의 주요 인사들을 함께 현장에 보내고 이들의 강경 발언을 공개한 것은 국경 요새화 작업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시찰에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이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는 점이다. 박정천은 우리 군이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응해 실시하는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비난하면서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올 때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설전을 벌리고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여정도 새로운 화력부대들이 사격진지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남측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담화에서 전술적 타격수단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이번에는 화력부대의 진지 배치를 언급한 것이다. 다만 실제 배치 여부와 규모, 무기 종류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2024년부터 추진해 온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의 연장선이다. 북한은 남북을 별개의 적대국가로 규정한 이후 MDL 인근에 철조망과 방벽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물리적 차단 작업을 이어왔다. 김여정이 이번 시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국가와의 국경선을 가장 영구적인 선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남북이 MDL의 정확한 위치를 다르게 판단하는 구간이 있다는 점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설치된 MDL 표지판 상당수가 사라진 상태에서 양측은 각자 군사지도를 기준으로 경계선을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자국 영토에서 공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우리 장병 3명이 다친 지뢰 폭발 사건 이후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우리 군은 MDL 이남에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가 폭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지뢰 제거와 감시체계 보강 등 대응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남측의 경고사격 자체를 문제 삼으며 군사적 대응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진영승 합참의장도 20일 전방 5군단 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군이 ‘DMZ 주도권 강화 작전’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반격 방침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박정천 북한 국방성 고문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 현장의 주요 지점들을 리일환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장, 인민군 총참모부 주요 지휘관들과 함께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