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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종전 '동상이몽'…유럽은 러시아 때리고, 美는 어루만지고

양지윤 기자I 2025.03.04 18:07:23

트럼프, 우크라에 군사지원 중단
젤렌스키 코너 몰고, 러시아는 밀착 행보
우크라편 선 유럽, 러시아 동결 자산 압류 검토
"미국, 나토 동맹국과 직접 대립 구도"

[이데일리 양지윤 김윤지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코너로 내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군사 원조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러시아에는 제재 완화를 추진하며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럽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2000억유로(약 306조원) 규모의 러시아 동결 자산 압류를 논의하는 등 상반된 행보를 보여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당분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정상회담에서 서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AFP)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 미국이 현재 제공 중인 모든 군사 원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항공기와 선박을 통해 운송 중이거나 폴란드의 중간 기착지에서 대기 중인 무기 지원이 전면 중단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주문 중인 10억달러 이상의 무기와 탄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내린 명령에 따른 것으로 즉각 시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지원국의 군사 원조 중단은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사용하는 각종 군사 장비 중 미국은 20%, 유럽 국가들은 25%를 지원한다. 55%는 우크라이나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거나 자체 자금으로 조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추가적인 군사 원조 없이 우크라이나가 현재 보유한 무기로는 올해 중반까지만 러시아와 전투를 벌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전술 미사일 체계 ‘에이태큼스‘(ATACMS)와 다연장 로켓 체계 하이마스(HIMARS) 등 장거리 타격 능력이 있는 무기 시스템 공급을 중단할 경우 우크라이나의 후방 타격 능력과 자체 후방 방어 능력이 급격히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러시아와는 밀착 관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초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백악관 지시로 국무부·재무부가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종전 협상에 대비해 제재 해제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개인 특히 ‘올리가르히’로 불리는 러시아 재벌들을 포함한 목록을 만들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는 것에 더해 외교, 경제 협력 강화를 목표로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반대로 유럽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 일환으로 2000억유로(약 306조원) 규모의 러시아 동결 자산 압류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해당 자산에 대한 전면적인 압류를 반대했던 프랑스와 독일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가 향후 휴전협정을 위반할 경우 자산을 압류, 우크라이나 안보를 보장하는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이 유럽 주요국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나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NYT는 “미국이 특정 무기 시스템의 이전을 동맹국과 파트너에게 일시적으로 중단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인 지원 중단은 전례가 없어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며 “이 사태로 인해 미국은 주요 북대서양조약기(NATO·나토) 동맹국들과 직접적으로 대립하게 됐다”고 짚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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