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이행 과정에서 이용자 정보 확인으로 입금 심사가 지연될 경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자칫 이용자의 재산권 행사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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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고 수리된 27개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 특금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에 대한 공동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1000만원 이상 거래 의심거래보고(STR) 의무 확대 △고객확인(KYC) 정보 검증 의무 강화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 △수취사업자 의무 신설 등이 담겼다.
일반 투자자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규정은 강화된 트래블룰이다.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보관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로 자금세탁·불법자금 이동을 줄이기 위한 규제다. 지난 2022년 3월 25일부터 100만원 이상 거래에 송·수신인 성명·주소 제공 및 보관 의무가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기준금액을 전면 폐지해 모든 거래에 적용하도록 했다. 수신사업자에게도 트래블룰 의무를 부과하는 ‘가상자산을 이전받는 경우 정보 수취 의무’ 규정도 포함됐다.
‘자금세탁방지 2024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등록 계정수(중복 포함)는 2002만개이며, 이 가운데 약 66%는 50만원 미만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 투자자다. 게다가 국내 가상자산 외부 출고 총액은 96조9000억원으로 건수는 375만건이다. 그러나 트래블룰이 실제 적용된 거래는 금액 기준 19조4000억원, 건수 기준으로는 32만건에 그쳤다. 건수 기준 트래블룰 적용률은 9%에 불과했다. 현행 트래블룰은 국내 사업자 간 이전 거래에 적용된다. 해외사업자나 개인지갑으로의 출고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통해 본인 인증과 지갑 사전 등록 후 허용된다. 즉 화이트리스트 경로는 신원 관리는 이뤄지지만 트래블룰은 적용되지 않는다.
규제의 타깃이 사실상 국내 대다수 일반 소액 투자자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가상자산의 가치나 수량에 관계없이 0원을 초과하는 소액에도 트래블룰을 적용하게 되면서 모든 이용자는 입출금 거래 요청 시 송·수신업자로부터 고객 확인을 마쳐야 거래가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수신 사업자가 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 입금이 보류돼 입출금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초 단위로 가격이 변동하는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이러한 지연은 투자자의 직접적인 재산상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는 “특금법은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실무상 혼선이 예상되며 이용자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금 반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가격 변동으로 이용자가 손실을 입게 될 경우 송신 가상자산사업자, 수신 가상자산사업자, 이용자 간 귀책 사유가 불분명해 소모적인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는 규정은 주요국 사례와 비교해도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이드라인은 1000달러, 미국은 3000달러, 싱가포르는 1500싱가포르달러 등 일정 기준 금액을 두고 있다. 선진국 중 가장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유럽연합(EU)도 원칙적으로 모든 거래에 트래블룰을 적용하되, 개인지갑을 통한 1000유로 미만 소액 거래에 대해서는 지갑 소유권 검증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최대진 삼일PwC 금융범죄유닛 파트너는 “소액 가상자산 이전 거래도 사실상 보고·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가면서 트래블룰 미적용 구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실무상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FIU는 5대 원화 거래소의 의견을 추가로 청취할 방침이다. FIU 관계자는 “정확한 일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청취할 부분이 있다면 들어볼 것”이라며 “업계에서 지킬 수 있고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