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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 하나로 고척돔 입성… 이상준, 한국형 스타디움 코미디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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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09.21 19: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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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26일 ‘이상준쇼 45’ 서울 피날레
70석 소극장서 출발해 고척돔까지 확장
크라우드워크 중심 코미디, 수만명 상대 도전
해외선 아레나·스타디움 공연 이미 대중화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노래도 춤도 없다. 마이크와 입담만으로 고척스카이돔을 채운다. 개그맨 이상준이 국내 코미디언 최초로 고척돔 단독 공연에 나서며 한국형 ‘스타디움 코미디’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이상준쇼 45' 토론토 공연 모습.(사진=이상준 SNS)
'이상준쇼 45' 토론토 공연 모습.(사진=이상준 SNS)
이상준은 오는 12월 25~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이상준쇼 45 - 서울 피날레’를 연다. 공연은 120분간 진행된다. 공연 주최 측은 이번 무대를 ‘대한민국 코미디언 최초의 돔 공연’으로 내세웠다.

눈길을 끄는 건 공연이 커져온 과정이다. ‘이상준쇼’는 대학로 70석 소극장에서 출발해 입소문을 타고 전국투어로 확대됐고, 이후 월드투어까지 영역을 넓혔다. 그 마지막 무대가 아이돌과 대형 가수들의 상징처럼 여겨져온 고척돔이다. 70명이 보던 코미디가 이제 수만 명을 상대하는 공연으로 몸집을 키우는 셈이다.

공연 방식 자체도 새로운 시험대다. 이상준 공연의 핵심은 관객과 즉석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크라우드워크와 입담이다. 소극장에서는 관객 한 명의 표정과 반응까지 웃음의 소재가 되지만 돔에서는 관객과 무대 사이 거리가 크게 벌어진다. 소극장의 친밀함을 수만 명 규모 공간에서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상준쇼 포스터.(사진=MBC C&I)
이상준쇼 포스터.(사진=MBC C&I)
국내 코미디 시장도 조금씩 방송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박나래가 2019년 ‘농염주의보’를 통해 단독 스탠드업을 넷플릭스 콘텐츠로 선보였고, 최근에는 메타코미디클럽 홍대를 중심으로 스탠드업·만담·크라우드워크 등 유료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다. 방송 코너나 유튜브 영상으로 소비되던 웃음이 ‘티켓을 사서 보는 콘텐츠’로 바뀌는 흐름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코미디가 대형 공연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케빈 하트는 글로벌 투어를 통해 전 세계 100개가 넘는 아레나를 매진시켰고, 2018년 ‘이레폰서블 투어’(Irresponsible Tour)에서는 100만 장 이상의 티켓을 판매했다. 실제 런던 O2 아레나에서도 2023년 한 해 전체 티켓 판매량 250만 장 가운데 코미디 장르로만 48만 장 이상이 팔렸다. 피터 케이, 미키 플래너건, 잭 화이트홀, 트레버 노아 등의 대형 공연이 이어지며 코미디가 아레나급 라이브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가브리엘 이글레시아스(왼쪽)와 조 코이가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합동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당 공연은 7만석 규모의 소파이 스타디움을 매진시켰다. (사진=아이콘 라이브)
가브리엘 이글레시아스(왼쪽)와 조 코이가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합동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해당 공연은 7만석 규모의 소파이 스타디움을 매진시켰다. (사진=아이콘 라이브)
이제 무대는 스타디움까지 넓어졌다. 가브리엘 이글레시아스는 2022년 코미디언 최초로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공연해 5만 5000명의 관객을 모았고, 이 무대는 넷플릭스 스페셜 ‘가브리엘 이글레시아스: 스타디움 플러피’로 제작됐다. 올해 3월에는 이글레시아스와 조 코이가 7만석 규모 소파이 스타디움을 매진시키며 코미디 공연의 체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역시 ‘넷플릭스 이즈 어 조크’(Netflix Is a Joke) 페스티벌을 통해 다저스타디움, 할리우드볼, 크립토닷컴 아레나 등 대형 공연장을 코미디 무대로 활용하며 이 시장의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상준의 고척돔 입성은 단순한 ‘최초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방송이나 유튜브 조회수가 아니라 실제 티켓 판매로 수만 명 규모의 코미디 수요를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70석에서 출발한 웃음이 고척돔까지 채운다면 국내 코미디 역시 클럽과 소극장을 넘어 아레나·돔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게 된다.

공연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코미디가 이미 아레나와 스타디움을 채우는 독립적인 공연 장르로 자리 잡았다”며 “이상준의 고척돔 공연이 흥행한다면 국내에서도 코미디가 방송의 부속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대형 라이브 장르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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