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술에 붙는 세금을 올리는 증세안이 제시됐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세금을 더 붙이는 방식으로 과세 체계를 바꾸고 최대 4배가량 세율을 올리자는 게 골자다. 세금을 올려 음주운전 등 사회적 폐해를 막자는 취지이지만 ‘제2 담뱃세 인상’ 논란이 우려된다.
◇조세연 공청회..“주세 2~4배 인상 바람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개편안을 제시했다. 조세연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의뢰를 받아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기재부는 의견 수렴을 한 뒤 8월까지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개편안에는 현행 ‘종가세’(출고가격 기준 과세)를 ‘종량세’(알코올 도수 기준)로 전환해 증세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음주의 사회적 비용 중 상당 부분이 고(高)알코올주인 증류주의 기여도가 높다”며 종량세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종량세율 체계로의 전환은 음주로 인한 외부불경제(사회적 외부비용)를 충분히 내재화 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의 실효세율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 경우 주세 세수는 현재보다 최소한 2~4배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가 최대 4배가량의 증세를 언급한 것은 음주의 사회적 폐해가 큰데 세수는 적다는 판단에서다. 성 교수는 “음주의 사회적 비용이 연간 최소 10여조원 이상에 이르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주세 세수가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세가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반영해 내생화(내재화)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EU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종량세 체계를 채택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김진표 “담배·술 세금 제대로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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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 측에서도 음주 폐해가 심각해 과세를 제대로 하자는 입장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은 최근 통화에서 “담배·술 세금을 제대로 받고 중독자 치유에 쓰는 게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인상한 담뱃세를 유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청문회에서 “금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담뱃세 유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청문회에서 주세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소주 물가 11.7%↑..역대 최고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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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조세당국은 조세 개편에 공감하면서도 주세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통화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향은 맞는데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증세안을 검토한 적이 없고 현재로선 결정된 게 없다. (세율을 올리지 않고 8월까지) 세제 중립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홍 국정기획위(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은 “술에 대해 세금을 올린다고 국정기획위와 당에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성 교수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게 이상적인 방식”이라면서 “(세율을 올리지 않고) 세수 중립적으로 바꾸는 건 문제가 많다. 그렇게 할 바에는 현 종가세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