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17일 오후 3시 김모(48·여)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같은날 저녁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1년간 서울 강남구의 J법인에서 본부장으로 일하며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해외통화 선물거래(FX 마진거래)의 투자금을 모은 혐의(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전날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J법인은 한국인 A(48)씨와 B(49·여)씨, C(52)씨가 설립한 회사다. A씨와 B씨는 대표와 상무를, C씨는 전무를 각각 맡았다.
이들 3명은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보장과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 행위를 벌이다 경찰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8월 16일과 19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이후 지난 11일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계속 한국에 남았다.
앞서 투자 피해자들은 지난 8월 24일과 지난달 13일 서울 송파경찰서와 수서경찰서에 이들의 사기 혐의에 관한 진정서와 고소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액이 약 1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의 소환에 응한 김씨는 지난 14일 조사를 받으며 “다단계 영업을 한 건 맞지만 사업이 잘 될 줄 았았다”며 사실상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사 다음날인 지난 15일 김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를 상대로 유사수신 사건과 별도로 필리핀 피살사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많은 피해자를 내고 도주한 이들 3명이 필리핀에서 청부살해를 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3일 필리핀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현장감식·범죄분석·총기분석 분야의 경찰관과 전문가 등 4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