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모터스가 브랜드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카(SUV)인 ‘토르칼(Torcal)’을 15일 서울 성북구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2024년 7월 취임 이후 처음 한국을 찾은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진출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벤틀리의 첫 전기차이자 벤틀리의 상징적인 토르칼 전기차 모델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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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회장 겸 CEO 부임 후 한국 첫 방문…직접 차량 소개
이날 행사에는 발리저 회장을 비롯해 로빈 페이지 디자인 총괄 등 글로벌 핵심 경영진이 참석해 신차의 디자인과 상품성, 전동화 전략을 직접 소개했다. 발리저 회장은 토르칼에 대해 “도심과 험로를 가리지 않는 주행 경험은 마치 마법의 양탄자를 탄 느낌”이라며 “벤틀리의 헤리티지(역사)를 적용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토르칼은 벤틀리 최초의 도심형 럭셔리 SUV이자 첫 전기차다. 최고출력 888마력(PS), 최대토크 137.7㎏·m(1350N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9초 만에 도달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최대 600㎞다. 400kW 초급속 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16분이면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이 수치는 영국 기준으로, 국내 출시 모델의 세부 제원과 사양은 국내 인증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라인업은 기본형 ‘토르칼’과 보다 스포티한 ‘토르칼 S’ 두 가지다. 기본형은 최고출력 821마력, 최대토크 121.7㎏·m에 제로백 3.4초, 최고속도 250㎞/h다. 888마력과 2.9초의 성능은 런치 컨트롤을 활성화한 토르칼 S 기준이며 최고속도는 260㎞/h다.
전기차 시대에 브랜드 정체성을 어떻게 지켰느냐는 질문에는 ‘캐릭터 부여’가 가장 큰 과제였다고 답했다. 발리저 회장은 “4자릿수 마력을 달성한다고 차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연스러운 벤틀리다운 주행감을 위해 오히려 가속을 일부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개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과 브랜드 경험의 동질화 우려에 대해서는 “소리를 없애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토르칼에는 벤틀리만의 감성을 담은 심포니를 적용했다”며 “이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어 “럭셔리 차를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오감을 충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차별화의 핵심이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다. 단순한 엔진음 모방에서 벗어나 V8 엔진의 리듬에 드럼, 비올라, 베이스 기타 등 실제 악기 연주를 더해 완성한 사운드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볼륨이 커지고 정숙 주행을 원하면 끌 수도 있다. 방향지시등 소리는 가죽 공방에서 망치로 가죽을 두드리는 소리를 녹음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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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4가지 레이어’…“전기차 언어? 벤틀리의 언어!”
로빈 페이지 디자인 총괄은 디자인을 비율과 존재감, 그래픽, 표면과 디테일, 장인정신 등 단계적 ‘리드(Read)’로 나눠 설명했다. 토르칼은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 곧게 세운 전면부로 ‘수직적 우아함’을 구현했고, 길게 뻗은 ‘끝없이 이어지는 보닛’ 라인을 살렸다. 전면부에는 컨티넨탈 T의 그릴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와 함께 일루미네이티드 다이아몬드 그릴을 적용했다. 근육질의 리어 펜더 라인 ‘헌치’는 디자인팀이 ‘휴식하는 맹수’라고 표현하는 응축된 힘을 드러낸다.
페이지 총괄은 전기차 디자인 방향을 두고 “완전히 전기차다운 디자인 언어를 쓸 것인가, 진정한 벤틀리의 언어를 유지할 것인가 두 가지 방향 중 후자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캐빈 공간이 넓어지고 디자인 디테일이 현대화됐지만 상징적인 그릴 등 브랜드 DNA는 지켰다는 설명이다. 실내에는 디지털 화면과 물리 버튼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센터 콘솔과 스티어링 휠에 물리 버튼을 유지했다.
소재에서는 신소재를 앞세워 차별화했다. 영국 폭스 브라더스와 협업해 개발한 100% 메리노 울 패브릭은 세계 최초의 차량용 소재로, 차량용 울 패브릭 최초로 책임 있는 울 표준(RWS) 인증도 받았다. 지속 가능하게 확보한 월넛 자투리 목재와 재활용 크래프트 페이퍼를 압착해 만든 ‘옴브레 월넛 바이 뮬리너’도 처음 적용됐다. 페이지 총괄은 “신소재로 신선함을 더했다”며 “고객에게는 진정성 있고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는 차”라고 말했다.
토르칼은 벤틀리 최초로 풀 액티브 서스펜션과 어댑티브 2-밸브 댐퍼를 탑재해 승차감과 자세 제어를 동시에 확보했다. 별도의 안티 롤 바 없이 댐퍼가 롤 토크를 능동 제어한다. 전자제어식 올 휠 스티어링도 기본 적용돼 뒷바퀴를 최대 5도 조향하며, 회전반경은 11.1m다. 배터리는 총 순용량 113kWh, 정격 전압 800V이며 10년 또는 25만8000㎞ 보증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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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시장…“첫 공개 선택 쉬운 결정”
토르칼 전기차의 아시아 최초 공개 장소로 한국을 택한 이유에 대해 발리저 회장은 “너무 쉬운 결정이었다”며 “벤틀리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시장, 전 세계 중에서도 20년간 꾸준히 성장해왔다”고 말했다.
데이브 헤이터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20년 전 승용차 중심이던 라인업이 10년 전 SUV와 컨버터블, 투도어 등으로 확대되며 성장을 이끌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국내 파트너사들의 투자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강남 중심에 문을 연 ‘벤틀리 큐브’로 고객 경험을 확장했으며 최근 새로 합류한 파트너사들과도 이 여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한국 고객들이 럭셔리 디자인에 새로운 차원의 높은 취향을 갖고 있는 것이 높은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벤틀리는 2006년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토르칼은 국내에서 더 폭넓은 고객층에 벤틀리의 매력을 전달하고 브랜드 입지를 넓히는 미래 전략의 핵심 모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향후 전기차 라인업 확대 계획에 대해 발리저 회장은 “앞으로 출시를 이어갈 것”이라며 토르칼을 첫 번째 전기차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토르칼의 국내 주문은 이날부터 접수하며, 판매 가격은 토르칼과 토르칼 S 모두 3억3000만원(부가세 포함, 옵션에 따라 상이)부터 시작한다. 첫 고객 인도는 2027년 말 예정이다.







